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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028

불심 검문 갈 길이 바쁠 때 항상 이런 일이 생기곤 하죠.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았을 그런 일 말에요. 못은 길가에 누워 있다가 지나 가는 이들의 발길을 불시에 불러 세웁니다. 주변에 못 박힌 이들을 봅니다. 걸리지 않았으면 좋았을 병에 걸려 침상에 누워 있기도 하고, 예기치 않은 일로 갈 길이 먼데 머뭇거리며 있게 되기도 하고, 관계가 어그러져 마음에 대못이 박힌채 발걸음을 떼지 못하는가 하면, 난감한 일을 당했지만 해결책이 없어 빼도 박도 못하고 주저앉아 있는 이들도 있습니다. 가던 길을 멈추고 박힌 못을 빼는 이들로 세상은 가득하네요. 그런데 말이죠, 박히지 않았으면 좋았을 못에 그 분도 박히셨다는 사실이 어쩜 이리 흐뭇할까요.그 분도 우리 아니었으면 그런 일 겪을 필요 없으셨을텐데, 우리 때문에 가시던 길 멈.. 2016. 10. 7.
"호 흡" 1992년, 아버지가 임종하실 때, 단어 하나를 유언처럼 남기셨어요.“호 흡” . ..그 두 글자를 힘겹게 흔들리는 글씨로 쓰셨습니다. 그리고 곧 호흡을 거두셨지요.다른 단어였더라면 그리 자주 기억나지 않았을지 모르죠. 그런데 이 단어는 초단위로 아픔을 알려주네요. 24년이 지난 지금도, 호흡하는 순간마다 떠 올려요. 심호흡하며 나의 폐를 한껏 부풀려 봅니다. 나는 폐 속에 들어온 공기가 어떻게 온 몸으로 파송되는 건지 그 작동원리를 알지 못합니다. 다만, 들 숨과 날 숨을 내 쉬며 호흡하는 매 순간, 삶이란 생과 사의 끌고 당김인 것을 잊을 수가 없어요.평생 반복하는 이 호흡이 언젠가는 그치겠지요. 보이지 않는 공기가 내 속을 드나들 듯, 성령도 내 속을 출입합니다. 나의 폐부를 속속들이 들여다 보고 .. 2016. 10. 7.
화평의 도구 지난 한 주간은 를 만들었습니다. 혼자 일하는 것이 아니라 정형종 집사님, 정우상 집사님과 함께 일합니다. 주문을 받고, 제품을 만들고, 포장하고, 운송하는 모든 과정이 그리 단순하지는 않습니다. 시행착오도 많지만 실수는 조금씩 줄어 들고, 능률도, 품질도 조금씩 향상되는 것을 느끼며 감사하고 있습니다. 여러분들이 매일 공방에 점심도 사 오시고, 커피도 사 오시고, 일도 도와 주셔서 기쁜 마음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지난 토요일에는 처음으로 를 우송했습니다. 미국, 한국, 캐나다… 이 작은 공방에서 만든 십자가가 마치 날개 달린 비행기처럼 자기 자리를 찾아 날아 갑니다. 손으로 만든 십자가는 그 어느 하나, 같은 것이 없어서 장성한 딸을 시집 보내는 느낌입니다. 방주 밖으로 날려 보낸 비둘기처럼, 날아간 .. 2016. 10. 7.
가나 공방의 첫 걸음 오늘은 에 의미있는 날이었습니다. 첫번째 주력 제품 "화합의 십자가"를 여러 사람이 함께 분업하여 제작하기 시작한 날입니다. 교회를 나와 을 시작한 취지의 첫 걸음을 떼는 느낌입니다. 언제나 믿음이 가는 정형종 집사님, 언젠가 통일이 되면 비무장 지대에 교회/공동체를 짓고 고아원을 하자고 하시는 집사님이 첫번째 합류자가 되셨습니다. 공방을 처음 열었을 때 사용하시던 미니밴을 선뜻 선물로 주신 분입니다. 강한 생활력으로 힘든 이민생활 하시면서도 아드님이 프린스턴 대학교에 가게 된 것을 늘 겸손하게 하나님께 감사해 하는 신실한 하나님의 사람입니다. 토랜스 제일장로교회에서 처음 알게 되었고, 한국에 2007-8년 9개월 동안 살 때는 찾아 오셔서 청파 교회도 함께 참석하고 힘 내라고 춘천 닭갈비도 사주셨던 분.. 2016. 10.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