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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028

컨퍼런스 테이블 만들기 어느 선교단체 사무실에 컨퍼런스 테이블을 만들어 드렸습니다. 네개의 작은 테이블인데 평상시에는 벽에 따로 붙여 놨다가 손님이 오시면 두개를 붙여 커피 테이블이 되고, 네개를 붙이면 컨퍼런스 테이블이 됩니다. 이 테이블을 53세의 어느 한국인 노숙자분과 함께 만들었습니다. (모자 쓰신 분, 본인께 양해 구하고 페북에 사진 올립니다.) 일자리가 절실하게 필요하셔서 일감 없냐고 제게 몇번 연락을 주셨습니다. “목공 일은 전에 해 보신 경험이 있으세요?” “아니요, 망치질도 한번 해 본 적이 없습니다.”“운전은 하실 수 있으세요?” “할 줄은 아는데 지금은 면허가 죽었습니다.”그 계산 없는 솔직함이 맘에 들었습니다.“오늘 같이 일해 볼까요. 배가 고프니 일단 저녁부터 먹어야지요. 여기 제 차 열쇠가 있는데 이 .. 2016. 10. 6.
흙으로 빚은 램프 나는 시냇가 한 켠에 쌓인 흙이었습니다. 누가 나를 만져서 나의 무의미한 모습에 형태를 만들어줄까요? 바쁜 걸음으로 어디론가 흘러가는 냇물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어느 날, 나는 도공의 손에 들리워지고, 묵정밭의 흙이 새 씨앗을 받기 위해 갈아 엎어지듯 반죽되어, 그 분의 물레 위에 부끄러운 모습으로 놓입니다. 서서히 돌아가는 물레 위에서 나도 돌아갑니다. 그 분의 손에 맡겨진 나는 서서히 하나의 형태가 되어갑니다. 가마 속에 넣어진 나는 불길에 휩싸입니다. 온몸에 스며들었던 눈물은 불길 속에서 증발되고 내 마음 속 모든 불순물은 소멸됩니다.뜨거운 주홍빛 불길이 나를 감싸고 춤 출때 나는 황홀하여 정신을 잃을 것만 같습니다. 불길은 나를 변화시켜 내 몸은 더 이상 부서지는 흙(Clay)이 아닌, 단단한 자기.. 2016. 10. 6.
화해의 십자가 결혼하는 두 젊은 남녀에게 선물할 십자가를 제작 주문 받았습니다. '어떤 디자인의 십자가가 적합할까?' 한 남자와 한 여자의 한 가정 이룸, 그리고 십자가… ... 그 사이를 가로 지르는 상관 관계를 고민했습니다. 오래 전 남북 화해를 모티브로 누군가 쇠로 만든 작은 십자가 목걸이가 기억났습니다. 제게 십자가는 나무여야 마땅했습니다. 자작 나무(Birch)를 자르고 깎고 곱게 다듬어 벌거 벗은 두 남녀가 십자가로 하나되는 이미지를 만들었습니다. 제게 십자가는 벌거벗음입니다. 그 분도 벌거 벗기운채 거기 메달리셨지요. 십자가로 나아오는 것을 방해하는 가장 큰 장애물은 가식입니다. 나 아닌, 다른 사람으로 가장하고서는 결코 그 앞에 나아올 수 없는 것이 십자가입니다. 맞지도 않는, 많은 옷을 그때 그때 갈아.. 2016. 10. 5.
책장과 식탁 벤치 만들기 목공을 하면서 보람을 느낄 때는 대안이 막막한 상황 가운데 있는 누군가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때입니다. 활동적인 두 어린 딸아이들의 많은 물건과 좁은 아파트 공간으로 인해 정리정돈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정의 복도 공간에 책장을 만들어 드렸습니다. IKEA에서 구입한 식탁 의자가 자꾸 망가져서 식탁 벤치도 튼튼하게 만들어드렸구요. 처음 보는 두 딸래미들이 작업하러 온 제 등에 매달리고, 얼마나 에너지가 넘치던지요. 저도 두 딸 키우는 애비로서 이 집의 상황이 낯설지 않고 정겨웠습니다. 책장을 만든 저 방법이 못을 사용하지 않고 짜맞추기 식으로 나무를 최소한도로 쓰면서, 튼튼하고, 어떤 사이즈의 공간에도 맞춤식으로 만들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 아닐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 책장을 설치해드린 다음 날,.. 2016. 10.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