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게 영향 주신 분, 사건'에 해당되는 글 3건

  1. 2010.08.21 나의 기도동굴 2 (6)
  2. 2010.01.07 나는 어떤 글을 쓸 것인가? (5)
  3. 2009.03.26 김춘식 목사님 (9)

Palos Verdes에 있는 기도 동굴의 내부 모습
이곳에서 비오는 날 밖을 바라보는 광경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오붓하다. 
이곳에서 기도할 때 난 세례요한이 된 듯하였다. 
통성으로 기도하면 공명되어 돌아오는 나의 메아리 소리를 들으며 바닥에 깔린 돌만큼 단단한 고민들을 쏟아내곤 했지. 
고등학교 시절, 이곳을 처음 발견했을 때의 그 감격이란...!
Posted by 김성환

최근 읽은 여러 책들을 보며 작가들의 언어 다루는 솜씨에 감탄한다.

정혜신의 인간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 김훈의 강한 단문, 김대중 주필의 딱딱한 보수주의, 진중권의 비판의식...
그런데 그들의 글을 읽으며 뭔가가 아쉽다. 그것이 뭘까?

궁극으로부터 차단된 글쓰기가 아닌가 하는 것이다.
난장판이 된 세상, 싸움판이 된 세상(교회인들이 죄로 얼룩진 세상이라고 표현하는)을 남들이 가지지 못한 명석한 두뇌로 분류하고, 개념을 정의하고, 꼬집고, 번뜩이는 통찰을 제시할 수 있겠지만 그 세상 밖에서 안쪽을 바라보는 시각이 결여되어 있는 듯하다.

그런 면에서 난, 김기석 목사님, 김교신, C.S. 루이스나 Eugene Peterson, Henri Nouwen, Thomas Merton의 글쓰기에서 해갈을 느끼고 있다. 
그들의 글쓰기는 세상이 보지 못하는 궁극의 현실에 잇닿아 있다는 느낌이며, 그들이 서 있는 자리는 난장판의 한가운데이지만 그들의 시선은 초월현실에 고정되어 있다. 그들은 내가 궁극현실이라고 부르는 "하나님의 나라" (The Kingdom of God)의 문지방에 서 있는 듯하다. 그 문을 통하여 아름다운 현실, 초월현실을 엿본 자들이 동료 인간들에게 "내가 보고 있는 것을 향해 당신도 잠시만 눈길을 줄 수는 없겠느냐고... 그러면 눈에 보이는 것과는 다른 현실을 염두에 두며 살게 될 것이라고" 호소하는 듯한 글쓰기다.

그런 글을 쓰고 싶다.
Posted by 김성환

 

나에게 깊은 영향을 주신 여러 목사님들 가운데 한분이 요즘 들어 자주 기억에 떠오른다.

그 분의 성함은 김춘식 목사님.

10학년 때부터 12학년까지 그 분이 시무하시는 참빛교회에 다녔다

그 교회는 토랜스 하이스쿨 바로 앞에 있는 미국연합감리교회 건물을 빌려 예배드리는 한인개척교회였다

교인들은 모두 합해 10, 많이 모일 때는 20명이 모이곤 했다. (장기려 박사님의 따님이 그 교회에 출석하셨다.)

87년부터 90년까지 고등학교 때 그 교회를 다니며 주일학교(5)를 인도했었다

고등학생은 오직 나 하나.
 

3년 동안 김춘식 목사님이 인도하시는 수요성경공부 모임에 참석했다.
어른들을 위한 수요성경공부반이었지만 매주 저녁 수요일에 많이 모이면 3-5명이 모였다.
그 가운데 절반 이상의 시간은 아무도 참석하지 않아 목사님과 나, 단 둘이서 성경공부를 하곤 했다.
학교(South High School)에서 야구팀과 레슬링팀에 있었던 난, 매주 수요일 집에 오면 녹초가 되어 들어오곤 했다.
그런데 목사님은 매주 수요일 저녁 어김 없이 우리 집에 오셔서 차 없는 나를 픽업하셔서 교회에 가서 다른 사람들이 오건 오지 않건 정확히 7:30분이 되면 성경공부를 시작하셨다.
나는 목사님이 그 시간에 민망해 하지 않으시도록 몸은 피곤했지만 단어 하나도 놓치지 않고 열심히 노트에 성경공부 내용을 받아적으며 경청했다.
정확히 8:30분이 되면 마치셨고, 끝나곤 집까지 나를 데려다 주셨다

 

지금도 가지고 있는 그때 성경공부 노트의 내용을 다시 읽어 보면 당시 환갑이셨던 목사님이 어린 고등학생이었던 나 하나를 위해 얼마나 열심히 준비하셨는지 감동하지 않을 수 없다

88년도 크리스마스 때, 교인들 10명 정도가 모인 주일 예배 때 그 분을 통해 세례를 받았다

아무런 사심 없이, 한 영혼을 위해 말씀을 신실하게 준비하셨던 그 분을 생각하면서 나도 그런 목사가 되겠다고 다짐한다

하늘에서 그 분이 받을 상은 어느 유명한 대형교회 목사님의 상 못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그 분이 그립다

서늘한 바람이 창틈으로 불어들어오던 20년 전 그때, 그 수 많은 수요일 저녁들이 그립다

 

Posted by 김성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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