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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2.02.07 느낌들 (5)
하루 종일 책을 읽고 사람을 만난다.
정신이 번쩍 뜨이게 하는 한 문장과 만나면 마음이 아뜩해 진다.
사람과 만나 대화를 나누다보면 한마디 말이 많은 기억을 끄집어 낼 때가 있다.

문득 인생의 봄날,
잊고 있었던 느낌이 불현듯 떠 오를 때가 있다.
노란색을 보며, 초등학교에 처음 들어가서 받아든 국어책이 떠오른다든지, 우리 집 담장에 피던 개나리가 떠오르고, 그 때 느꼈던 삶에 대한 막연한 소망들이 떠오를 때가 있다.

비가 오면 어린 시절 살던 집 뒷산 아카시아 숲에서 그 가지 사이로 빗방울이 떨어지던 순간이 생생한 느낌으로 다가오곤 한다.

나이를 먹으며 감각기관이 무뎌지는 걸까?
새로운 것도, 가슴을 벅차게 하는 것도 드물다.
마지막으로 무엇인가에 전율을 느꼈던 것이 언제였던가 기억이 나질 않는다.

스타벅스에서 아이폰으로 이 글을 쓰고 있는데 한국 유학생들로 보이는 20대 초반의 청년들이 수다를 떨고 있다. 나는 저 나이 때 무엇을 생각하며 살았던가?

중고등부 전도사 때 알던 한 학생이 어느덧 28살이 되어 오는 5월에 결혼을 하는데 오늘 부모와 함께 결혼식 주례를 부탁한다. 그러고 보니 내 나이 마흔이다.

김광석의 "서른 즈음에"를 들으며 시집, "서른, 잔치는 끝났다,"를 읽었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말이다.

아침에 일어나 눈이 침침하면 이것이 그분들이 말하던 노안이 오는 증상인가 싶다. 얼굴에는 못 보던 기미가 생기고, 손등은 주름이 쭈글거린다. 그래서 뭐 어쨌다는 건가.

그런데 아쉬운 것은 무엇 하나 한 우물을 파지 못하고, 여전히 많은 것에 관심을 갖고 기웃거린다는 것이다. 주님께서 날 보시면 뭐라고 하실까?
한국교회의 목사라는 것이 자랑스럽지만은 않은 시대에 여전히 주변 교회에서 슬픈 소식들이 들려온다.

생명나무와 계시록 22장이 계속 머릿 속에 맴돈다. 그림이 그리고 싶다. 아크릴릭 물감을 챙겨본다. 그림을 그리고픈 창작의 욕구를 계속 절제하고 있는 중이다.


크레모나의 현악기 장인들,
스위스의 수공예 시계명장들,
한국의 한옥 대목수들,

설교가 그림일 수 없을까?

자꾸만 흩어지는 생각의 파편들 사이에서 뭔가를 건질 수 있으면 좋겠다.
어린 시절 놀러 갔던 난지도 쓰레기 더미에서 뭔가 보물이 발견되지 않을까?
Posted by 김성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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