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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수의 삶 (2016년 4월부터)

화해의 십자가

by 김성환 2016. 10. 5.

 

결혼하는 두 젊은 남녀에게 선물할 십자가를 제작 주문 받았습니다.
'어떤 디자인의 십자가가 적합할까?'
한 남자와 한 여자의 한 가정 이룸, 그리고 십자가… ...
그 사이를 가로 지르는 상관 관계를 고민했습니다.

오래 전 남북 화해를 모티브로 누군가 쇠로 만든 작은 십자가 목걸이가

기억났습니다. 제게 십자가는 나무여야 마땅했습니다.
자작 나무(Birch)를 자르고 깎고 곱게 다듬어 벌거 벗은 두 남녀가

십자가로 하나되는 이미지를 만들었습니다.

 

제게 십자가는 벌거벗음입니다.
그 분도 벌거 벗기운채 거기 메달리셨지요.
십자가로 나아오는 것을 방해하는 가장 큰 장애물은 가식입니다.
나 아닌, 다른 사람으로 가장하고서는

결코 그 앞에 나아올 수 없는 것이 십자가입니다.
맞지도 않는, 많은 옷을 그때 그때 갈아 입으며 우리는 살아갑니다.
가리고, 위장하며, 나 아닌 남의 모습으로 살아갑니다.
십자가는 우리에게 벗으라 명합니다.
“벗었으나 부끄러워하지 아니하니라” (창세기 2장 25절)

그 말씀은 단순히 나체가 되었다는 의미가 아니라

모든 가식이 벗겨졌다는 의미가 아닐까요?

나의 자존감을 지탱한다고 믿는 모든 외적 조건들이 속옷처럼 벗겨지는 것입니다.

그렇게 날 것으로라야 우리는 십자가 앞에 설 수 있습니다.

 

좀 더 키가 큰 남자의 얼굴은 뒤로 하고

수줍은 듯 고개 숙인 여자의 얼굴을 앞에 배치했습니다.
연약한 존재가 전면 배치되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남자의 두 팔이 여자의 목을 감싸고,

여자의 두 팔은 남자의 팔 밑으로 허리를 감싸 안습니다.
친밀함, 그 친밀함은 상호 보완에 기반합니다.
남자 나무가 여자 나무보다 사이즈가 큽니다.
그러나 남자가 여자에게 기대어 있습니다.
여인의 두 팔이 남자를 지탱하고 있습니다, 그가 쓰러지지 않도록.

십자가를 지탱하는데 전혀 못을 사용하지 않은 것은

두 사람이 서로를 찌르는 존재가 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때문입니다.


저 십자가가 두 사람의 침실에 걸려 함께 십자가를 살아내는 한 몸 이루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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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백 갈등이 심화되고 있습니다.

짙은 색과 옅은 색, 두가지 다른 색의 나무로 저 십자가를 만들어 보고 싶습니다.
흑과 백이 부둥켜 안고 화해하는 이미지를 십자가로 표현해 보고 싶습니다.

더 나아가 에서와 야곱이 부둥켜 안듯,

부둥켜 안은 저 두 사람이 남과 북의 모습이기를 눈물로 소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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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린도후서 5장 17-21절 (한국천주교 주교회의 성경)

17 그래서 누구든지 그리스도 안에 있으면 그는 새로운 피조물입니다.

옛것은 지나갔습니다. 보십시오, 새 것이 되었습니다.
18 이 모든 것은 그리스도를 통하여 우리를 당신과 화해하게 하시고

또 우리에게 화해의 직분을 맡기신 하느님에게서 옵니다.
19 곧 하느님께서는 그리스도 안에서 세상을 당신과 화해하게 하시면서,

사람들에게 그들의 잘못을 따지지 않으시고 우리에게 화해의 말씀을 맡기셨습니다.
20 그러므로 우리는 그리스도의 사절입니다.

하느님께서 우리를 통하여 권고하십니다.

우리는 그리스도를 대신하여 여러분에게 빕니다. 하느님과 화해하십시오.
21 하느님께서는 죄를 모르시는 그리스도를 우리를 위하여 죄로 만드시어,

우리가 그리스도 안에서 하느님의 의로움이 되게 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