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35

노을 3 노을 3 이천년 동안 타온 노을이 오늘 저녁 유난히 붉은 이유는 마지막 반란의 유혈사태일까? 오늘 저녁은 콩나물국 오늘 밤 황혼이 시작될 즈음 나팔 소리가 들려왔으면... 1997-8-20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해설: 땅에 사는 우리에게 하늘은 영적현실의 도면과도 같다는 생각이 든다. 붉게 타오르는 노을에서 영적 전쟁의 유혈사태를 연상해 보았다. 영적 현실이 가까이 펼쳐지고 있지만 콩나물국으로 상징되는 우리의 일상은 무덤덤히 반복된다. 그러나 재림의 나팔소리가 오늘이라도 당장 시작되었으면 하는 종말의 소망을 안고 살아간다. 2010. 6. 9.
노을 2 노을 2 하늘과 땅이 결혼한다. 수줍은 하늘은 홍조의 볼에 해 곤지 찍고 볼그스름 땅의 품에 안겨 곤지를 감춘다. 2001-4-23 2010. 6. 9.
노을 1 노을 1 (노을과 세 친구) 1. 세 친구와 노을 앞에 섰다. 2. 나는 말했다, 노을이 붉다고. 세 친구가 고개를 끄덕인다. 3. 노을이 아름다웠다. 나는 말했다, 노을이 아름답다고. 두 친구가 고개를 끄덕인다. 4. 노을을 바라보다 눈물이 흐른다. 노을은 슬픔으로 번진 하나님의 마음이라고 속삭여 보았다. 한 친구가 고개를 끄덕인다. 두 친구가 의아히 쳐다본다, 나를. 5. 나는 슬픈 노을을 바라본다. 붉고 아름다운 하늘만 쳐다본다, 두 친구는. 슬픈 나를 바라본다, 그 한 친구는.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해설: 하늘이 붉다는 객관적인 사실은 모든 이가 긍정한다. 하늘이 아름답다는 주관적인 의.. 2010. 6. 9.
상처에 대하여 어느 분이 좋은 시 한편을 이메일로 보내주셨다. 고난은 잘 숙성시키면 훈장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모든 고난에는 의미가 있다. 상처 없는 사람이 어디 있으랴? 그러나 그 상처를 잘 보듬어 안으면 흉한 상처도 아름다운 꽃처럼 보인다는 시인의 발상이 고맙다. 상처에 대하여 복효근 오래전 입은 누이의 화상은 아무래도 꽃을 닮아간다 젊은날 내내 속 썩여 살더니 누이의 눈매에선 꽃향기가 난다 요즈음 보니 모든 상처는 꽃을 꽃의 빛깔을 닮았다 하다못해 상처라면 아이들의 여드름마져도 초여름 고마리 꽃을 닮았다 오래 피가 멎지 않던 상처일수록 꽃향기가 핀다 오래 전 누이의 화상을 보니 알겠다 향기가 배어나는 사람의 가슴 속엔 커다란 상처 하나 있다는 것 잘 익은 상처에선 꽃향기가 난다 시집 2006년 2010. 6.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