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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수의 삶 (2016년 4월부터)

보물찾기

by 김성환 2016. 10. 5.

 

어떤 이에게는 아무 가치 없어 보이는 것이 어떤 이에게는 보물로

보일 수 있습니다.  종종 버려진 나무가 있다거나 나무를 베었는데 가져가겠느냐고

연락을 주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그 말이 제겐 ‘흙이 묻어 광이 나지 않는 다이아몬드가

있는데, 또는 집에 무거워서 자리만 차지하고 있는 황금덩어리가 있는데 가져 가시겠냐’는

말로 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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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어느 분으로부터 아파트 앞 인도의 콩크리트를 뿌리가 밀고 올라오는 나무를

베었는데 가져가라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어떤 나문데요?”

"올리브 나무 랍니다."

아, 올리브 나무라니…! 올리브 나무는 나무를 쪼갰을 때 어떤 무늬가 나올지

예측 불허한 멋진 나무입니다. 그 결이 현란해서 주방도구를 만들거나 작은 목공예품을

만드는데 최적인 고급 목재입니다.

코리아 타운 어느 아파트 단지, 길 옆에 쌓여 있는 올리브 나무를 보는 순간,

흙 묻은 다이아몬드를 발견한 듯 가슴이 뛰었습니다.

비가 오는 날이었는데 비를 맞으며 나무를 차에 실을 때 마음은 뽀송뽀송 했더랬습니다. ^^

수십년을 자라 내 손에 안긴 이 귀한 목재로 무엇을 만들까,

여러 상상을 하면서 공방에 가져와 하루 종일 나무를 쪼개고 다듬었습니다.

<겟세마네>라는 뜻이 “올리브 기름 짜는 틀” 이라지요.

연말까지 잘 말려서 나무 십자가를 만들면 의미 있겠다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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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는 어느 분으로부터 새로 이사한 집에 설치 되어 있던 데크를 해체 했는데

가져 가겠냐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어떤 나문데요?”

"Redwood 랍니다."

오, Redwood라니…! Redwood는 말 그대로 붉은 빛을 띄는 값비싼 최고의 목재 중

하나입니다. 소나무와 달리 여간해서는 벌레 먹지 않아서 야외 가구를 만들기에 최적인

고급 목재입니다. 하늘을 향해 전속력으로 질주하듯 높게 뻗는 Redwood의 기개는

병충해와 화재에 강한 나무의 특성 때문이기도 합니다.

뒷마당에 널부러져 있는 Redwood를 보는 순간 버려진 황금 덩어리를 발견한 듯 가슴이

쿵쾅거렸습니다. 무더운 날이었지만 황금처럼 무거운 Redwood 나무를 차에 실으며

마음은 하늘을 날 듯 가벼웠습니다.

수십년을 하늘을 향해 살다가 내 발 앞에 누운 이 귀한 목재로 무엇을 만들까?

피크닉 테이블? 아디론닥 의자? 야외 식탁?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은 부자가

되었습니다. 붉은 페인트가 옷 입혀져 있었는데 페인트를 벗기고 나니

레드우드 특유의 곱디 고운 속살이 드러납니다.

어루만지는 손길의 촉감이 황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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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방 나무 창고에 올리브 나무와 레드우드가 쌓여 창조의 시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 나무들 바라보는 내 눈은 작은 것 하나 허투루 버리지 못하여 나무에 못 박히고

버린바 된 그 분의 눈빛을 닮기 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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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은 보는 관점에 따라 보물로 가득하지요.
인생은 <보물찾기>라는 생각을 하며 삽니다.
아니, <보물 알아 보는 눈 찾기> 가 더 정확하겠네요.

하나님이 창조하신 그 모든 것, 보물 아닌 것이 없습니다.

조금씩 보물을 보는 눈을 떠갑니다.

 

우리 함께 눈 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