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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엔젤레스 (2011년 1월-2016년 3월)

유배 생활

by 김성환 2012. 2. 18.
썼다 지우고를 반복하고 있습니다.
뭔가 더 큰 세상으로부터 고립되어 있다는 느낌...
몇년째 TV 없이 생활하고 있는데 이제 작은 걸로 하나 장만해야 할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꼭 그 때문만은 아니겠지요.
늘 시간에 쫓기며 살아갑니다.
욕심을 버려야 하는데 버리지 못해 마음 속은 초조해져만 갑니다.
간편하게 살 수 있으면 좋으련만, 만약을 대비해서 가지고 있는 물건들이 너무 많네요.
몇 주째 교회 서재를 정리하고 있습니다.
누구에게 줄 만한 것도 못 되어 책을 50권 정도 버렸습니다.
조금 숨통이 트입니다.
가지고 있는 옷, 신발, 넥타이, 외 여러 물건들을 정리하고 분류해서 집 근처 Goodwill Store에 기증하려고 합니다.
서영이에게 쾌적한 공부방을 만들어주려고 계속 머릿 속에 구상 중입니다. 
요즘 제 머릿 속은 온통 "정리, 정돈"이 화두입니다.

책 한권을 읽고 있습니다. 
김훈의 <흑산>
밧모섬에 유배된 사도 요한과 흑산도에 유배된 정약전을 머릿 속에 포개어가며 읽고 있습니다.
흑산도에서 물고기를 관찰하며 쓴 <자산어보>와 밧모섬에서 주님의 계시를 받아 쓴 <요한계시록>은 분명 관계가 있을 것입니다.

그러고 보니 에덴동산에서 추방된 우리는 모두 유배자가 아닌가 싶습니다.
"내가 사는 이 곳이 유배지로구나." 
이곳에서 나는 무엇을 관찰하며 무엇을 쓰다가 갈 것인가?
사우스베이 바닷가 마을에서 나는 물고기를 잡고 성경을 공부합니다.

순간 순간 유배지에서 영원의 찰라를 포착하는 순간이 오면 나는 때로 마음이 벅차 올라 하늘로 날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