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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순절 단상 (Thoughts on Lent 2009): 아름다운교회 잡지 "나눔"에 실릴 글

by 김성환 2009. 2. 5.


사순절 단상


사순절 기간

2009년의 사순절은 2 25 '재의 수요일'(Ash Wednesday)에 시작되어 부활주일 하루 전날인 4 11일 토요일까지 이어집니다. 사순절의 40일은 예수님께서 광야에서 유혹/시험을 겪으셨던 광야의 40일을 상징합니다. 그러나 2 25일부터 계산해보면 46일이 되는 것을 알 수 있는데 사순절 기간 내의 여섯번의 주일은 사순절 40일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여섯번의 주일은 따로 구별되어 마지막 부활주일을 미리 예시하는 작은 부활주일의 의미를 지닙니다. 사순절은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와 부활을 묵상하며 준비하는 기간입니다. 사순절에 우리는 마음의 광야를 찾아 나섭니다. 온갖 분주하고 초조한 일상을 떠나 마음 깊은 곳, 광야로 나아갑니다. 그곳에서 우리는 오롯이 예수님께 집중합니다. 예수님께 집중한다함은 그 분이 가신 길을 묵상한다는 뜻입니다

고난의 길

예수님께서 십자가를 지시고 예루살렘에서 골고다 언덕까지 걸으셨던 길을 '고난의 길'(Via Dolorosa)이라고 부릅니다. 그 길이 고난의 길인 이유는 단순히 십자가가 주는 신체적 고통 때문만이 아닙니다. 그 길이 고난의 길인 이유는 그 길이 세상의 흐름에 역류하는 길이기 때문입니다. 물의 흐름을 역류하여 헤엄치는 연어의 귀향길은 고난일 수 밖에 없습니다. 십자가 고난의 길은 아버지의 품으로부터 너무도 멀리 벗어나 표류하는 인류의 발걸음을 되돌리기 위한 예수님의 역주행입니다. 그러므로 "누구든지 나를 따라오려거든 자기를 부인하고 자기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를 것이니라"( 16:24)는 예수님의 말씀은 아버지의 품을 향한 귀향길에 동참하자시며 우리에게 건네시는 예수님의 초대인 것입니다

 

오르막길과 내리막길

예수님께서 당신 스스로에 대해 "나는 길이다,"라고 말씀하신대로 초대교회는 예수님을 일컬어 '그 길(The Way)'이라고 불렀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은 예수님을 따르는 자들을 '그 길의 사람들'(People of the Way)이라고 불렀습니다.( 9:2)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다름아닌 예수님이 가신 길을 따라 걷는 사람들입니다. 그러므로 예수님이 걸으신 십자가의 길, 고난의 길은 그리스도인의 선택이 아닌 의무이며 축복된 특권의 길입니다. 그 길은 이 세상이 약속하는 허망한 성공을 향해 한없이 경쟁하며 치닫는 오르막길이 아닌, 섬김-평화-생명을 향하여 한없이 낮아지는 내리막길입니다. 사순절의 광야 노정에서 우리는 우리가 지금까지 걸어온 길이 세상이 지시하는 방향을 향해 아무런 성찰없이 상향조정되어 있지는 않았는지 돌아봅니다. 그리고 나 자신을 이 세상의 가치체계에 속절없이 휩쓸려가도록 방치하지는 않았는지 돌아봅니다

 

십자가 뒤의 부활

사순절의 광야에서 우리가 품어야 할 마음은 이것이니 곧 예수 그리스도의 마음입니다. "그 분은 하나님의 모습을 지니셨으나, 하나님과 동등함을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으시고, 오히려 자기를 비워서 종의 모습을 취하시고, 사람과 같이 되셨습니다. 그는 사람의 모양으로 나타나셔서, 자기를 낮추시고, 죽기까지 순종하셨으니, 곧 십자가에 죽기까지 하셨습니다."( 2:6-8, 새번역) 이것이 그 분이 걸으신 하향의 길이며 '그 길'을 걷고자 하는 우리 모두가 품어야 할 마음입니다. 돌이켜보면 우리의 일생 전체가 사순절입니다. 누구든지 자신에게 주어진 인생의 광야 길에 예수님께서 건네시는 십자가를 지고 고난의 길에 동참하는 이는 십자가의 어두운 터널을 지나 부활의 빛을 바라보게 될 것입니다, 반드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