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며칠동안 이곳 로스엔젤레스에는 폭우가 쏟아졌습니다.

하루살이가 태어나니 하필 비오는 날이라더니만, 

이곳 남가주에 일년 중 비오는 날이 얼마나 된다고 

지난 이틀 비가 나이아가라 폭포처럼 쏟아지는 가운데 페인트를 칠하게 되었습니다. 
백만불이 넘는 집 그라지 내부를 칠하는건데 정리되지 않은 많은 짐을 치워가며 

벽과 지붕을 칠해야 했고, 한쪽 벽은 망가져서 Dry Wall을 새로 패칭해 가며 일해야 했습니다. 

페인트를 많이 해 봤지만, 질퍽이는 지난 이틀동안의 작업은 특별히 고되었습니다.

망가진 벽을 고치고, 더러워진 벽과 지붕을 하얗게 칠하며 

내 마음은 정직한 육체 노동의 결과물이 가져 오는 즉각적인 현실의 변화에 숙연합니다. 

망가진 행성에서 생계를 유지하는 방법이 여럿이겠으나 

몸과 손을 움직여 우주의 한켠을 미화하는 일, 

살아있는 자가 수치스런 이 땅에서 하기에 그나마 부끄럽지 않은 일이라 여겨집니다.

붓에 하얀 페인트를 듬뿍 묻혀 우병우의 못된 눈을 지웠고, 

김기춘의 민망한 노욕을 지우고, 트럼프의 삐뚤어진 입을 지웠습니다.


마음 속에 폭우가 쏟아집니다.
짧은 삶인데 태어나 보니 수치로 가득한 세상, 

기득권에 기대지 않고, 

정직한 노동으로 길지 않은 이 한 생의 소박한 생계를 연명해 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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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김성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