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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수의 삶 (2016년 4월부터)

흙으로 빚은 램프

by 김성환 2016. 10. 6.


나는 시냇가 한 켠에 쌓인 흙이었습니다.
누가 나를 만져서 나의 무의미한 모습에 형태를 만들어줄까요?


바쁜 걸음으로 어디론가 흘러가는 냇물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어느 날, 
나는 도공의 손에 들리워지고, 
묵정밭의 흙이 새 씨앗을 받기 위해 갈아 엎어지듯 반죽되어, 
그 분의 물레 위에 부끄러운 모습으로 놓입니다. 
서서히 돌아가는 물레 위에서 나도 돌아갑니다.
그 분의 손에 맡겨진 나는 서서히 하나의 형태가 되어갑니다.


가마 속에 넣어진 나는 불길에 휩싸입니다.
온몸에 스며들었던 눈물은 불길 속에서 증발되고
내 마음 속 모든 불순물은 소멸됩니다.

뜨거운 주홍빛 불길이 나를 감싸고 춤 출때 

나는 황홀하여 정신을 잃을 것만 같습니다. 

불길은 나를 변화시켜 내 몸은 더 이상 부서지는 흙(Clay)이 아닌, 

단단한 자기(Ceramic)가 됩니다. 
그 분은 내게 기름을 부으시고, 마음 중심에 심지를 꽂으십니다.


이제 나는 더 이상 질퍽이지 않고
내가 놓여진 자리에서 가만히 하늘을 향해 작은 입을 엽니다. 
나의 기도는 팔랑이며 춤추는 빛의 혀가 되어 

어둠 속에서 소리없이 노래합니다.

나는 흙으로 빚어진 작은 램프랍니다.
.
.

성령의 불꽃이여, 우리를 휘감으소서. 
우리를 변화(Transubstantiate)시키시고 
모든 슬픔, 아픔, 반짝이는 유약(Glaze)으로 승화되게 하소서.

기름을 우리 머리에 부으소서, 

우리 잔이 넘치나이다.
우리 앞에 작은 곳 밝히는 불꽃으로 살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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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서영이 첫번째 생일을 기념하여 20개의 램프를 제작했습니다. 

모든 형태의 조명 기구에 저는 늘 끌립니다. 

지난 15년 동안 램프는 모두 누군가에게 건네지고 지금은 하나도 내 손에 가지고 있지 않지만

(사진도 3장 밖에 남아 있지가 않네요.), 가나 공방에서 이제 도자기를 굽기 위해 준비 중입니다. 

반입체 타일을 제작하는 것이 작은 목표 중 하나입니다. 

타일과 나무가 어우러진 가구. 멋질 거 같아요.

2003년, 헨리 나우웬이 노년에 있었던 캐나다 토론토의 데이브레이크에 간 적이 있습니다. 

그곳에 목공실, 도자기 스튜디오, 양초 제작실이 있었습니다. 

정신지체인들이 그곳에서 뭔가를 열심히 만들어 내고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생명을 도모하는 그런 공동체를 꿈꿉니다. 

가죽공방과 흑백사진 현상, 천연비누제작을 추가하고 싶습니다. 

하나님께서 예비하신 사람들을 만나게 해 주시길 기도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