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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수의 삶 (2016년 4월부터)

America del sur

by 김성환 2016. 7. 5.


America del sur


컴패션과 함께 온 이곳 엘살바도르에서의 첫날 일정을 마치고 숙소에 들어왔습니다. 

적막한 호텔방에서 요한복음 몇장 뒤적이다가 키보드 앞에 앉았습니다.

중남미에서 가장 작은 나라... 제주도 만한지 모르겠습니다.

미국에 있으면 왠지 겉도는 듯한 마음이 남미에 오면 마치 아랫목 깊숙이 자리 잡은 듯 마음이 

편한 이유가 뭘까요? 

내 마음 깊은 무의식 속에 있는 라틴 아메리카에 대한 동경 때문일지 모르겠습니다.

한국에 살던 어린 시절, 아버지는 새로운 사업을 개척하시기 위해 남미 여러 나라를 오가곤 

하셨습니다. 그리곤 남미의 한 나라에 마음이 꽂히셨지요.


볼리비아!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한국에 들어오시면 아버지께서는 이제 곧 우리 가족 모두 남미 볼리비아로 

이민 갈거니까 스페니쉬도 배우고 항상 떠날 마음의 준비를 하라고 하셨습니다. 

그 때부터 커다란 하늘색 이민 가방에 나의 귀중품들을 늘 짐 싸놓고 사는 버릇이 생겼습니다. 구슬, 딱지, 팽이, 새총, 야구 글러브, 프로 스펙스 운동화, 수집한 우표, 셜록 홈즈 계몽사 문고판 시리즈 등이 그 이민 가방에 담겨 있곤 했습니다. 

아 베 세 체... 우노, 도스, 뜨레스, 꽈뜨로, 싱코... 공책에 써 보고 또 써 보며 볼리비아 수도 라파

즈와 티티카카 호수를 상상했고 해발 3500미터 고산 지대에 적응하기 위한 훈련이라며 해발 300미터 남짓 신촌 와우산을 뛰어 오르곤 했습니다. 

예수님의 재림처럼 "조만간"이라고 하셨던 그 날은 초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도 임하지 않고, 한 해 두 해 나이를 먹으며 이민 가방에 담겨 지는 물건들도 가치 재평가를 거쳐 대체되곤 했지요.


어린 시절 내가 갈 곳은 볼리비아라는 생각이 강하게 각인 되어 가수 임병수가 반가웠고, 지금도 볼리비아나 페루의 인디오 원주민들을 보면 마음이 꿈틀거립니다. 중학교 2학년 가을이 되어 볼리비아 라파즈가 아닌 미국 로스엔젤레스로 목적지가 바뀐 것은 갑작스런 일이었습니다. 

마음 속에 흠모하던 이가 아닌 부잣집 신랑에게 실려가는 새 색시인양 시큰둥한 마음으로 미국행 비행기 안에 몸이 실려 에이 비 씨 디... 원 투 뜨리 포어 를 되네이던 30년 전 기억이 납니다. 


엘 살바도르에서 첫날밤을 맞이하며 그 때 짝사랑하던 그 총각 집 근처에 와 있는듯한 느낌입니다. 

듣자하니 그때나 지금이나 구차한 그 집 살림살이는 변함이 없는 듯, 그 때 그 집으로 시집 갔더라면

나의 인생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하는 회상에 잠겨봅니다.


나의 가난한 옛사랑, 

라틴 아메리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