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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둘째 날 점심 몬터레이에서

by 김성환 2013. 6. 5.
밤새 아이폰 밧데리가 운명하셔서 소식을 이제서야 보냅니다. 세상모르고 잤네요. 추운지도, 좁은지도, 아픈지도 모르고 깊이 잠들었습니다. 아침에 8시 10분 즈음 출발해서 45마일을 달려 지금은 몬터레이 Cannery Row에 와 있습니다. 존 스타인백의 도시... 언제나 신비로운 곳.
지금까지 달려오는 길이 어찌나 아름다웠는지 눈물겨웠습니다. 이 길을 나 혼자만 경험하다니 너무 죄송합니다.
230인승 자전거를 만들어 온 교인들을 태우고 다시 오고 싶은 심정입니다.
딸기밭, 양배추밭, 끝없는 바다와 해안선, 소박한 바닷가 마을들, 간간이 나타나는 과일 가게...

로컬 과일이 얼마나 저렴한지 딸기도 너무 싸고 싱싱하고 맛있고 아보카도도 10개에 1불입니다. 과일을 잔뜩 사서 이곳 몬터레이에서 1시간 가량 머물며 점심도 먹고 아이폰과 GPS도 충전하고, 다리도 식히려고 합니다.

점심 먹고 여기서부터 빅서 맥코이 캠프그라운드까지 해지기 전까지 45마일을 오늘 오후에 달려야 하는데 이번 코스 중 가장 힘든 오르막이 될 것입니다. 깊은 산 속이라 저녁에 아이폰이 안 될 수도 있습니다. 이제 시작될 산속의 난코스를 생각하며 이곳 몬터레이에서 숨을 고르고 있습니다. 가방의 짐을 줄이기 위해 음식도 이곳에서 먹을수 있는데까지 먹으려고 합니다. 지루한 오르막길을 30파운드의 짐을 싣고 오르려니 마음 조차 무겁네요.

어제는 딸기 6불, 오르가닉 커피 1불, 캠프그라운드 입장료 5불 산타크루즈에서 부리토 7불을 썼습니다. 식사는 주로 교인들이 챙겨준 것으로 먹었는데 아직도 많이 남았습니다.

많은 인생의 교훈을 배웁니다. 오르막이 끝나면 내리막이 시작되니 낙심하지 말 것이며, 내리막이 온다고 자만하지 말지니 곧 오르막이 올 것이기 때문입니다.

어제는 맞바람을 맞으며 달리느라 예상보다 3시간이 더 걸렸습니다. 바람이 중요합니다. 바람은 내가 어쩔 수 없지요. 하나님께서 도와주셔야만 하는데 첫날 왜 그리 맞바람 맞게 하셨을까... 이 여행의 주권은 내게 달려있다는 하나님의 메시지기 아닐까 싶네요. 성령을 뜻하는 헬라어가 파뉴마 라고 하지요. 파뉴마는 동시에 호흡, 바람을 뜻합니다. 성령을 거스르면 인생 고달퍼지는 것이겠지요. 오늘은 바람 한점 없이 잔잔했습니다. 뒷바람은 아니어도 바람이 없으니 비교적 미끄러지듯 순조로웠습니다. 오늘 오후와 내일 오전, 그리고 넷째 날 하루 종일이 가장 힘든 시간인데 뒷바람이 밀어주길...


iPhone 에서 작성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