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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엔젤레스 (2011년 1월-2016년 3월)

순례길에 멈추어 서기

by 김성환 2012. 11. 4.
토요일...!

어김없이 나는 그 자리에 앉아 있다.

내일 주일 오후에는 질그릇 교회에서 설교하게 되고, 

다음 주에는 기윤실에서 하는 멘토 모임의 강사로 초청받게 되었다.

남가주의 젊은 사역자들과 이민목회 전반에 걸쳐 이야기 나누는 2시간의 모임인데 글쎄... 무슨 주제로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까... 

웅크리고 싶은 안전지대로부터 나를 끄집어 내시려는 그 분의 의도를 감지하고 있다.

우물안 개구리처럼 작은 반경에 갖혀 사는 요즘 내 모습을 뒤흔드시려는 마음!


지난 주  교회 인근의 초등학교에 나무 벤치를 만들어 주었다. 

가디나교회에 와서 그간 배운 목공 기술이 세상에서 어떻게 쓰임 받을 수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귀한 기회였다.

사소한 이 일이 내 인생에 작은 전환점이 될거라고 예감하고 있다.

나는 좋은 목수가 되는 것과 좋은 목사가 되는 것이 같은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이러한 내 생각을 알아주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 같다. 그래도 없지는 않다.

설교하듯 나무를 다듬고, 가구를 짜듯 설교를 준비한다.

상처 많은 교우들을 대할 때는 옹이 많은 나무를 대하는 듯하고, 성도들의 살아온 연륜이 만들어낸 나이테의 결에 경이로움을 느끼기도 한다. 주도면밀하고 견고하게 행동하지 않으면 시행착오가 생겨 댓가를 치루게 되기도 한다.

한자리에서 평생을 살면서도 하나님을 찬양하는 나무는 나의 스승이다.


남가주의 한인이민교회 목회자이면서 동시에 그리스도인으로 사는 길은 새로운 도전과 배움을 스스로 만들어내는 것 뿐이다. 그렇지 않으면 온갖 상투성, 구태, 식상에 함몰되고 말 것이다. 

내가 걷는 이 길은 형식주의와 피상성을 상대로 전투를 치루며 걷는 외로운 길이고, 많은 것을 포기해야 하는 길이다. 

그래서 하나님의 도우심 없이는 걸을 수 없는 순례의 길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 길을 걸으며 문득문득 섬광 같은 <아름다움>과 마주치게 되는 때가 있다.

그 순간이 나를 견인하는 동력이 되어주고 있다.


하나님에 대한 의존도만을 높여가도록 하자.

그리고 사람으로부터 얻는 의존도는 줄여가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