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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롱아일랜드 (2009년 7월~2010년 12월)

살아는 있는 것이오.

by 김성환 2010. 7. 25.

12시간 넘게 책상에 앉아 있었다. 
눈이 어릿어릿하다. 
허리도 쑤시고, 팔다리에 힘이 빠진다. 
한국 찜질방이 생각난다. 
과히 폭염이다. 
100도가 넘었다고 한다. 

어제 금요예배 설교는 힘들었다. 
설교 중간 부분부터 허기가 져 다리가 후들거리고, 정신이 몽롱하였다. 
전혀 감정이 실리지 않은채로 힘겹게 밀고 나갔다. 
거대한 맷돌을 미는 듯한 느낌이었다. 
오랑우탄 한마리가 시야에 아른거렸다. 

습도가 높아 가만히 앉아 있어도 땀이 흐른다. 
여름의 생명력이 눈부시다. 
이런 날, 
책과 온종일 씨름하는 난, 곤고한 자인가? 
팔로스 버디스 앞바다... 환상의 수중세계는 오늘도 변함없는 모습일 것이다. 

이 세상의 거짓말이 혐오스럽다. 
돈이 행복을 가져다 줄 것이라는 거짓말, 에로스가 우리의 삶을 충족시켜주리라는 속삭임은 거짓임이 분명하다. 
뉴욕의 많은 미국인들은 돈이라는 허영을 좇아 오늘도 목숨을 깎아먹고 있고, 
MBC 뉴스를 틀어보니 서해안에 한미연합 해상 군사 훈련과 중국과 북한의 반응을 대대적으로 보도하고 있다. 
언론을 조장하는 자의 옅은 수를 슬픈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 

나의 심장 박동을 느끼기 위해 가슴에 손을 얹는다. 
나의 심장은 영문도 모른채 뛰고 있다. 

제주도의 성산일출봉, 신촌 로타리, 풀러신학교의 도서관 3층, 플러싱의 Main Street... 

목사가 되어서도 해결되지 아니한 예수와의 갈등, 
한국교회에 대한 쓰라림. 

그리운 이름들...

12 시간을 교회 사무실에 앉아 있었지만 준비되지 않아 초조하다. 

살아는 있는 것이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