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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롱아일랜드 (2009년 7월~2010년 12월)

접촉사고

by 김성환 2010. 7. 2.

앞차를 들이받았다. 
신형 BMW Z5, 싯가 7만불이 넘는 걸로 알고 있다. 
동남아 남자와 여자가 차에서 내렸다. 
가벼운 접촉이어서 아무 흔적이 없었다.
남자가 대뜸 1,500불을 요구한다. 
어이 없다. 
여자는 500불이면 되지 않겠냐고 남자와 실랑이를 벌인다. 
남자는 이 일로 한몫 단단히 챙길 태세다. 
여자는 그런 남자친구의 모습이 못마땅한 모양이다. 
300불만 받고 나를 보내자고 한다. 
남자는 1000불 미만은 절대 안된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난 어떡해야 하는 걸까? 
나는 경찰을 불러 리포트하고 보험으로 처리하자고 했다. 
그러나 그러고 싶지 않다고 한다. 
그럼 어쩌자는 건가? 
남자는 1,000불을 고집하고, 여자는 $500을 달라고 한다. 
항상 20-30불을 넘지 않던 내 지갑에는 오늘 마침 153불이 있었다. 
지갑을 열어보이며 이것이 지금 내가 가진 전부라고 보여주었다. 
남자는 은행에 지금 같이 가서 현금을 뽑아달란다.
은행에 얼마가 있냐고 물어본다. 
점점 더 어이없어진다.
여자는 그런 자신의 남자친구의 모습이 못내 못마땅한 모양이다. 
두 사람 사이의 실랑이가 더 커진다. 
여자는 내가 가진 153불을 달라고 한다. 
모두 내 주었더니 53불을 돌려주고 100불을 자기 지갑에 챙겨 넣는다. 
그리고 어서 가 보라고...
남자가 동남아말로 여자에게 호되게 다그친다. 
여자도 질세라 그에게 언성을 높이며 두 사람 모두 내 앞을 떠나간다.


돈에 혈안이 된 사람의 눈을 보는 것은 슬프다. 

혹 나는 무엇인가에 저런 혈안이진 않을까? 
씁슬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