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려했던 그 날이 벌써 오고 말았다.
이렇게 일찍 오리라고는 예상치 못했다.
너무도 갑작스레 불현듯 찾아왔다.
서영이와의 관계가 새로운 국면으로 들어서게 된 것이다.
서영이에게 어젯밤 즉흥으로 지어낸 이야기를 해주고 있었다.
'양'이 '배'를 타고 먼나라로 여행을 떠난다는 이야기인데 sheep 이 ship을 타고 먼나라로 떠났다고 하였더니 갑자기 서영이 하는 말,
"아빠, 뭐라고? 다시 해 봐, ship and sheep..."
...
"쉽 앤 쉽"
"아빠, '쉽 앤드 쉽'이 아니고, 'ship and sheep'"
"그래, 쉽 앤드 쉽"
"아이고, 쉽 앤드 쉽이 아니고 ship and sheep 이지."
"그래, 맞잖아, 슆 앤 쉬~ㅍ"
"슆 앤 슆, 둘 다 똑같잖아."
"자, 따라해 봐, shi~p a~nd sh~ee~~p, can you get it?"
"(괜히 승질 내며) 가시나 참, 맞잖아, sh~ip and sh~~~ip"
"아이고 참, 압빠, 잘 들어 봐, shi~p... a~nd... sh~ee~~p, 해 봐."
"(모기소리로) 쉬 ㅍ 앤 슈이 ㅍ..."
"아빠, 그게 아니라니까... (옆에 팬다처럼 웃고 있던 서은이에게) 아이 참, 서은아, 네가 해봐."
(기다렸다는 듯 서은이 왈), "SHIP and SHEEP" (의기양양)
"거 봐, 서은이도 하잖아!"
... :(
"아빠, 이거 해 봐, Elizabeth."
(40일 금식한 모기 소리로) "...엘리자베스"
"No, 엘러쟈벧ㅆ"
이 날이 이렇게 빨리 올 줄이야, 그래도 한 3년은 남은 줄 알았는데...
어쩔거나, 내 노년.
아침에 일어나 아내에게도 해 보랬더니 아내의 발음이 그렇게 반가울 수 없다!
결국 자식이란...
아내 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