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목공, 미술, 도예, 타일20

흙으로 빚은 램프 이야기 (도자기 램프 2002년 서영이 돌잔치 기념으로 12개 제작) 흙으로 빚은 램프 이야기 나는 보잘 것 없는 흙일 뿐입니다. 시냇가 한쪽 켠에 오랫동안 살았습니다. 매순간 밀려 오는 냇물은 나를 밀어내고 달아나듯 흘러갑니다. 그리고 다시 돌아오지 않습니다. 냇물은 어디로 가는지 바쁘게도 흘러갑니다. 그러나 나는 아무 곳에도 갈 수가 없습니다. 나는 세월만큼 한자리에 쌓여 눈물로 질퍽입니다. 누가 나를 만져줄까? 누가 나의 무의미한 모습에 형태를 만들어줄까? 어느날, 도공이 찾아와 나를 퍼내어 나는 그의 물레 위에 부끄러이 놓입니다, 벌거벗은 맨몸으로. 돌아가는 물레 위에서 나도 돌아갑니다. 지난 날의 쓰라림과 아쉬움이 한데 반죽되어 나는 혼돈의 상태가 됩니다. 나의 삶이 눈에 보이는 모양으로 빚어진다면 .. 2010. 4. 7.
바이올린 제작기 2 김훈의 "밥벌이의 지겨움"이라는 수필집에 다음과 같은 글이 있다. "나는 몸을 써서 하는 일에 익숙지 못하다. 나는 공부를 잘하지 못한 일을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책을 많이 읽지 못한 일을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의 각주를 이해하지 못하는 일을 부끄럽게 여기지 않는다. 그러나 망치를 들고 못을 박을 때, 못이 휘는 일을 부끄럽게 여긴다. 톱으로 나무를 자를 때, 톱 지나간 자리가 가지런하지 못하게 되는 일이 나는 창피하다. 삽으로 땅을 파서 김장독을 묻을 때, 삽날이 땅 속에 깊이 박히지 못하는 일을 나는 수치스럽게 여긴다.” 연장(Tool)에 대한 동경... 설교로 세상을 변혁시키는 일은 오랜 인내가 필요한 것 같다. 대신 손연장으로 세상의 재료를 가지고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행위는.. 2010. 3. 26.
우리집 여인들 얼굴 아크릴릭 페인팅으로 어젯밤 그려본 얼굴. 처음에는 서영이를 그려볼려고 한 건데 그리고 나니 서영이, 서은이, 아내의 얼굴이 조금씩 들어있다. 내 모습도 들어 있는듯하다. 에덴동산과 겟세마네동산을 그림과 모자이크 타일, 입체 몰딩으로 표현해보려는 준비 작업이다. 2010. 3. 12.
바이올린 제작기 1 바이올린을 만들어 보련다. 지난 몇 주간 연구하고 준비하고 있다. 목공의 궁극은 현악기 제작에 있는 것 같다. 나무 입장에서도 책상이나 도마 혹은 땔감이 된 나무보다 아름다운 가락이 나오는 악기로 거듭난다면 그것은 부활에 견줄만한 사건이 아닐까? 나는 바이올린을 연주할 줄 모른다. 그러나 활로 긁는 현악기의 소리에 항상 마음을 빼앗기곤 한다. 아주 어렸을 때 우리 집 기와지붕에 주렁주렁 열린 박으로 기타를 만들어 본 기억이 있다. 그리고 한국에 갔을 때, 예술의 전당 앞에 바이올린 공방들이 골목 구석 구석에 작은 간판을 걸어놓고 있었다. 아마도 그들은 이태리 크레모나 바이올린 제작 학교에 유학하고 고국에 돌아와 작은 바이올린 공방을 운영하는 이들인 듯 했다. 그 중 몇 군데 불쑥 들어가 공방 구경도 하고.. 2010. 3.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