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중과 지면,
물고기와 나는
한평생을 전혀 다른 현실 속에 살아 가지만,
종종 서로를 호출하곤 해.
물 속에서 고기들은 서로의 고운 빛깔 보며 감탄할까?
누가 보아 준다고 저 어두운 수중에서도 저처럼 영롱한 빛을 지니고 사는지,
물고기들은 도대체 얼마나 멋을 아는 생명체인거야.
움켜쥐기에 최적화된 내 손과 달리,
물의 흐름에 저항하지 않고 물살 가르며 앞으로 나아가는
저 투명한 지느러미는 도대체 얼마나 겸허한 진화인거냐고....
많은 것을 받고도 뒷걸음질 치며 머뭇거리는 우리와 달리,
일평생 단순한 동작 하나만 습득했어도
그것만으로 후퇴를 모르고 전진하는 저 생명체는
도대체가 얼마나 신실한 존재인 건지.
우리도 언젠가 죽음의 수면을 너머 이 세상에서 저 세상으로 옮겨지겠지.
그때까지 고운 빛깔 몸에 새기며 살 수 있으면 좋겠어.
아무 것에도 붙들리지 않고, 그렇게 미끄럽게 살다가
사람을 낚는 그 어부가 드리워준 호출 덥석 물면
이곳에서 저곳,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세상에 홀연히 있게 될 거야.
저 물의 생명체들은 마지막 순간 뻐끔거리며
유언처럼 그걸 말하고자 했던 거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