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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수의 삶 (2016년 4월부터)

가야 할 길

by 김성환 2016. 7. 5.


그 분의 뜻이 아니면 참새 한마리 떨어지는 법이 없다는데 20년 목회을 그만두고 목공소를 

본격적으로 시작한지 한달 된 지점에 이곳 엘살바도르에 오게 하신 그 분의 뜻이 무엇일까? 

이 여행을 통해 그 분은 내게 무엇을 말씀하고자 하시는 걸까?


함께 온 여덟분의 귀한 현직 목사님들은 교회 사역과 교계 이야기로 이야기 꽃이 한창인데 난 문득 

혼자 이준석 선장이 된 듯한 자괴감에 침몰하곤 한다. 마치 헤어진 전 남편에 대해 그 어떤 원망도

아쉬움도 말하고 싶지 않은 그런...


가브리엘라가 만든 교회 피크닉 테이블에 교인들이 앉아 두런 두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이미지는 

자괴감의 틈 사이를 비집고 피어 오르는 한 줄기 들꽃처럼 내 마음 속에 오롯이 피어 올랐다.


엘살바도르로 떠나던 주일 아침, 난 Rolling Hills Covenant Church 주일 예배에 참석했다. 

부자 백인들의 부르조아 교회 라고 꼬부라진 마음 품고 찬양을 하는데 찬양 가운데 

"I realized the cross was the Tree of Life"라는 가사가 있었다. 

생명나무가 십자가였다니... 성경의 메시지가 그 가사 한 줄에 꿰어지는 듯 했다. 

이곳에 저 흔한 망고 가로수에 메달린 붉은 망고처럼 십자가에 메달리신 붉은 핏덩이 예수(El Salva

dor)는 생명나무 열매로구나. 선악과가 먹으면 죽는 열매라면 예수는 먹어야 사는 열매, 그분 못 먹으면 배불러도 기근이로구나. "그래, 그 복음을 입이 아닌 삶으로 전해보자"고 나무에 내 미래 메달았지. 

뒤돌아 보며 아쉬워하지도, 앞을 바라보며 두려워하지도 말고 한걸음 한걸음 짚어 가며 걸어 가보자. 


생명나무로 나아 가는 길, 

스랍들이 길을 열어 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