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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엔젤레스 (2011년 1월-2016년 3월)

작은 몫

by 김성환 2012. 11. 25.

지난 한 주는 추수감사주간이어서 교회 모든 행사들도 취소되었고, 모처럼 혼자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혼자 묵상하고, 기도하고, 내년도 목회를 구상하며, 조용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정말 열심히 살아야겠습니다. 아니 잘 살아야겠습니다.

마흔이 되면서부터는 왠지 남은 시간이 얼마 되지 않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잘 산다는 것은 무엇일까요? 

가벼운 발걸음이 아닐까 싶습니다. 

덜 중요한 것은 떨쳐버리고, 중요한 것을 붙잡고 사는 삶일 것입니다.


나는 세상을 크게 변혁시킬 수 없을 겁니다.

이번에 L.A 시장 후보에 출마하는 에릭 가세티는 나와 동갑이라고 합니다. 

내 나이가 한 거대도시의 책임을 맡을 수 있을만큼 적은 나이가 아닌데 하나님께서는 나에게 작은 교회를 맡겨 주셨습니다. 

그러나 나는 <교회>보다는 <하나님의 나라>를 붙잡으려고 합니다. 

목회자이기보다는 구도자가 되고 싶습니다. 

미국과 한국의 대통령 선거를 보며 정치인들에게 거는 사람들의 기대를 봅니다. 그들이 세상을 변화시켜 줄 거라고 믿는 듯합니다. 이스라엘에서 벌어지고 있는 국제 정세를 보며 지구별에서는 왜 아직도 이런 일들이 일어나야 하는 걸까? 

성공과 지위를 위한 스펙 만들기를 위해 목숨을 맞바꾸고 있는 젊은이들을 보며 구조악을 통해 역사하는 사탄 마귀가 혐오스럽습니다. 

자본주의의 노예가 되어가는 미국 사회와 성공을 향한 경쟁의 질주를 달리는 한국 사회를 바라보며 현기증이 느껴집니다. 

별다른 소망 없이 웰페어를 받아 가며 기억력은 상실되어 추억도 소멸된채 의료혜택에 종교적인 충성을 바치며 살아가는 노인들을 보며 깊은 무기력감을 느끼기도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목사가 된다는 것은 참 뜬금없는 일입니다. 이 사회에서 무슨 소용이 있는 직업군입니까!

1.5세로서 늘 미국사회에서 손님처럼 이방인의식을 가지고 살아가는 나는 목회자가 되어 또 다른 차원의 이방인 의식을 느낍니다. 

나는 세상을 크게 변혁시킬 수 없을 겁니다. 

내가 믿는 예수님의 <하나님 나라>를 세상은 마치 내가 신천지나 통일교를 보듯 보는 것 같습니다.

나의 믿음이 오기가 되지 않기를 기도합니다.



토끼에게 먹이를 주고, 많이 마시지 않아도 이슬 먹고 잘 사는 선인장들에게 굳이 물을 주었습니다. 


나는 작은 부분을 변혁시킬 수 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