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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2007년 10월~2008년 8월)

어느 무신론자의 기도 by 이어령 교수

by 김성환 2008. 11. 17.


어느 무신론자의 기도(1)

하나님,

나는 당신의 제단에  한송이 촛불 하나도

올린 적이 없으니  기억하지 못하실 것입니다.

 그러나 하나님모든 사람이 잠든 깊은 밤에는

당신의 낮은 숨소리를 듣습니다.

그리고  너무  적적할  아주 가끔 당신 앞에 무릎을

꿇고 기도를 드리기도 합니다.

 

사람은  별을  수는 있어도

그것을  만들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사탕이나 혹은 풍선을 만들 수는 있지만

그렇게 높이 날아갈 수는 없습니다.

너무 얇아서 작은 바람에도 찢기고 마는 까닭입니다.

바람개비를  만들 수는 있어도

바람이  불지 않으면 돌아가지 않습니다.

 

보셨지요하나님

바람이  때를 기다리다가

풍선을 손에  채로 잠든 유원지의 아이들 말입니다.

 어떻게  많은 별들을 만드셨습니까

 하나님그리고  별을 만드실 ,

처음 바다에 물고기들을 놓아

헤엄치게 하실 

고통을 느끼시지는 않으셨는지요

 

 작은  줄의 시를 쓰기 위해서 코피보다 진한

후회와 발톱 보다도  무감각한 망각 속에서

괴로워하는데 하나님은 어떻게  많은 별들을

축복으로 만드실  있었는지요.

하나님당신의 제단에 지금 이렇게 경건한 마음으로

떨리는 몸짓으로 엎드려  기도하는 까닭은

별을  수는 있어도 그것을 만들지는 못하기 때문입니다

 

용서하세요하나님

원컨대 아주 작고 작은 모래 알만한  하나만이라도

만들  있는 힘을 주소서

아닙니다절대 아닙니다.

감히 어떻게 하늘의 별을 만들게 해달라고

기도할  있겠습니까

 가슴  암흑의 하늘에 반딧불만한 작은  하나라도

만들  있는 힘을 주신다면

가장 향기로운 초원에 구름처럼 희고 탐스러운

새끼  한마리를 길러

모든 사람이 잠든 틈에  가난한 제단을 꾸미겠나이다

좀더 가까이 가도 되겠습니까

하나님,  당신의  끝을 가린 성스러운 옷자락을

 묻은  손으로 조금 만져 봐도 되겠습니까

그리고  손으로  무지한 사람들의 가슴속에서도

풍금소리를 울리게 하는  줄의

아름다운 시를   있도록

허락해 주시겠습니까.

 

어느 무신론자의 기도(2)

 당신을 부르기 전에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습니다. 


당신을 부르기 전에는 


아무 모습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제 아닙니다. 


어렴풋이 보이고 멀리에서 들려 옵니다.

어둠의 벼랑 앞에서 


 당신을 부르면 


기척도 없이 다가서시며 


네가 거기 있었느냐 


물으시는 목소리가 들립니다.

달빛처럼 내민 당신의 손은 


 그렇게도 야위셨습니까. 


못자국의 아픔이 아직도 남으셨나이까. 


도마에게 그렇게 하셨던 것처럼 나도 


 상처를 조금 만져볼  있게 하소서 


그리고 혹시  눈물 방울이

 위에 떨어질지라도 
용서하소서

아무 말씀도 하지 마옵소서 


여태까지 무엇을 하다  혼자 거기에 있느냐고 


더는 걱정하지 마옵소서 


그냥 당신의 야윈 손을 잡고 


  방울의 차가운 눈물을 뿌리게 하소서

 

민아에게 전화가 왔다 전화였다하나님 이야기를 한다 애가 행복해 하는 모습을 보면서  동안 믿지 않던 신의 은총을 생각한다. 
무슨 힘이 민아를 저토록 다른 사람으로 만들었을까 애가 아픈 병에서 나올 수만 있다면 하나님을 믿겠다고 약속했다그러나 아직까지는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있다내가 가지고 있는 것은 언어밖에는 없다내가 하나님과 비록 약속을 지키지는 못했어도 그것이라면 기꺼이 하나님을 위해 바칠 수가 있다그래서 무신론자의 기도  편을 썼다.

이어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