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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2007년 10월~2008년 8월)

인디애나 주 프레몬트에서

by 김성환 2008. 8. 28.
사진을 많이 올리고 싶은데 쉽지가 않습니다.
사진 한장 올리는데 몇분이 걸립니다.
지금까지 올린 사진들이 얼마나 힘겹게 올라간 사진들인지 모릅니다!


지금은 시카고를 지나 Fremont 라고 하는 소도시의 Super 8에 여장을 풀었습니다.
가족들은 모두 눕자마다 물먹은 솜이불처럼 잠에 젖어들어 4세부터 66세에 걸친 네 여인들의 코고는 소리가 눈을 감고 들으면 옐로우스톤의 다람쥐, 곰, 순록, 버팔로가 한 자리에 모인 듯 합니다.

몇 시간 전 시카고 코리아 타운에 들러 대구 매운탕, 불고기, 제육볶음, 고등어구이를 저녁으로 먹었습니다.
Korea Town 이라는 도로표지판을 보고 모처럼 한국음식이 먹고 싶었습니다.
사실 토랜스에서 떠나 올 때 한국반찬을 많이 싸오고 매일 아침마다 밥을 해서 여행 내내 Picnic Area 에서 특수부대원들처럼 신속하게 한국음식을 펼쳐 먹고 떠나곤 했습니다.
깻잎, 김, 장조림, 골뱅이 통조림, 고등어 통조림, 동원 참치, 김치... 반복되는 메뉴에 질릴 즈음 먹는 대구 매운탕은 어찌나 맛있던지요.

시카고의 코리아타운은 80년대 처음 L.A에 이민왔을 때 느꼈던 그런 조악한 모습이었습니다.
을씨년스러운 코리아타운이 무척이나 외롭게 느껴졌습니다.

옆 테이블에 골프복장을 한 사람들이 한 무데기 모여 앉아 교회 욕을 하고 있는데 한국사람이라고 반갑습니다.
식당 주인 아저씨께 시카고 한인들의 현황을 물었더니 농구 반바지에 티셔츠를 걸치고 머리는 산적처럼 산발을 한 나를 중고등학생으로 보신 건지 계속 반말을 하시는 모습도 토랜스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정겨움입니다.

Mt. Rushmore를 떠나 대평야를 거쳐 이곳까지 오는 길은 내내 옥수수 밭과 해바라기 밭이었습니다.


현지에서 사먹는 옥수수 맛이 기가 막힙니다. 옥수수가 원래 이렇게 단 음식이었구나 처음 알았습니다.
해를 등지고 운전하느라 보랏빛으로 물들어가는 저녁하늘에 해바라기 밭을 지날 때면 끝도 없이 펼쳐진 해바라기들이 밝은 얼굴로 우리를 향해 수런대는 듯 하였습니다.

그 장면을 뭐라고 달리 표현할까요?
밝게 웃는 수천, 수만의 교인들 얼굴을 바라보며 강대상에 선 기분이라고 할까요?

내일이면 뉴저지 초입까지 도착하기 위해 10시간 가까이 운전해야 할 것입니다.
가족들 모두 건강하고, 즐거워하고 있습니다.

꿈결 같은 여행이 끝나갑니다.


아니, 여행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인생 자체가 하나의 길고 긴 순례여정이라고 생각되니 가는 곳마다 성지요, 만나는 이마다 성자가 아닐 수 없습니다.

문맥은 기억나지 않지만 월트 위트만의 싯구가 한소절 떠오릅니다.

"이는 짐짓 하나님의 손수건이 아닌가?"

순례자의 관점으로 볼 때 눈에 보이는 모든 현상은 하나님의 흔적이 묻지 않은 것이 없습니다.

피조세계는 하나님의 성품을 반영하고, 사람들은 하나님의 형상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감사함과 경외심을 안고 이 길을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