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손톱만한 전구조차 켤 수 없는 건전지가 되고 말았지만
소진되고, 탈진된 사람들이 모인 곳!
방전된 자아들이 모여 십자가 자아를 이루는 곳!
교회는 그런 곳이 아닐까 싶어.
방전된 건전지들이 모여 아무리 서로 병렬, 연결한다 한들
그 무슨 세상을 전율 시키는 힘이 있겠어.
9볼트로 살았던 이도 있고,
두 친구와 함께 작은 LED 손 전등을 비추는 일에
일생을 바친 1.5 볼트 AAA 건전지도 있지.
세상에서 어떤 힘을 행사하며 살았든지
이제는 모두 방전되어 용도 폐기된 건전지들.
그 유한한 생명,
이제 작은 십자가 나무관에 담겨 누워있지.
이것이 한국 교회의 자화상이 되지 않았으면 해.
다시 충전될 수 있다는 희망을 상실한 종교인들이
화석처럼 묻혀 있는 그런 곳 말야.
건전지의 소망은 그저 한번 더 재충전되는 것은 아닐 거야.
소진되고 방전된 모든 건전지 인생들이
십자가 안에서 새로운 삶의 용도를 얻게 되었으면 좋겠어.
품에 안고 있어서 울컥이도록 감사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