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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엔젤레스 (2011년 1월-2016년 3월)

아버지, 저로 하여금 아버지가 되게 하소서.

by 김성환 2010. 12. 20.

엘에이에 온지도 일주일이 되어갑니다.
이삿짐은 이미 도착해서 이삿짐 센터 창고에 보관되어 있는데 아직 집을 구하지 못해 짐을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자동차는 지난 목요일에 잘 도착했습니다.

뉴욕에 있다가 와서 그렇게 느끼는 걸까요, 실제로 그렇게 변한 걸까요, 이곳에 오니 동양인들이 이전보다 훨씬 많게 느껴집니다. 
일주일 내내 계속 비가 오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아직 캘리포니아에 와 있다는 실감이 나질 않네요.
어린왕자의 별 만큼은 아니어도 지구가 조그만 작았더라면 인류의 언어 가운데 이별이라는 단어는 절반으로 줄어들었겠지요.

앞으로 하게 될 설교와 성경공부 계획으로 온종일 생각하고 기도하고 고민하고 있습니다.
지난 며칠은 주보를 새롭게 만드는 일을 하였고, 송구영신부터 예배를 인도하게 되어 이런 저런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어서 집을 구해서 이사도 해야 하고, 교회 사무실에서 설교 준비할 수 있도록 책도 옮기고 짐도 정리해야 하고, 아이들 학교 전학도 해야합니다. 마음이 분주한 가운데 우선순위를 분명히 하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습니다.  

담임목회자가 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하는 고민을 합니다.
제 생각에 담임목회자가 되는 것은 아버지가 되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래서 더더욱 아버지 되시는 하나님을 알아야 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많은 행정적인 업무들과 해야 할 일들을 생각하다보면 자칫 잊기 쉽지만 사람과의 관계가 우선시 되는 목회가 되어야 겠다는 생각을 마음 속에 다짐하고 있습니다.
Task Oriented Ministry가 아닌, Relationship oriented Ministry
교회는 Organization(조직)이 아닌 Organism(유기체)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면에서 담임목회는 종합예술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마치 다양한 소리를 내는 악기들로부터 하모니를 이끌어내는 오케스트라 지휘자처럼 말입니다.

오늘부터는 계획과 구상보다는 기도하는데 치중할 생각입니다. 
긴장과 불안으로 일렁이는 내 마음 속에 기도로써 하나님의 임재와 평안이 한줄기 빛 되어 비추이길 원합니다.
무엇 때문에 긴장하는가 생각해 보면 결국 사람들의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는 부담이 원인인 것 같습니다. 
멋있게 보이려는 유혹, 완벽하려는 자만, 위선 뒤에 안주하고픈 영적 나태함, 비난 받을까봐 두려운 허영심, 교인수가 늘어야 한다는 부담, 설교 한편 한편에 최선의 정성을 쏟을 수 있을까 싶은 걱정, 시간 관리를 잘 해 낼 수 있을까 싶은 자신감 결여..., 모두 하나님 앞에 내려놓고 진솔해지기 원합니다. 

어떤 권위나 타이틀의 허울 뒤에 숨지 않고 먼저 솔직한 한 인간이 되고픈 마음이 성도들에게 전달될까요?
노련한 목회자들은 '아니'라고 하겠지요. 
그러나 주님, 제가 결코 노련한 목회자가 되지 않기를...

이런 글 쓸 수 있어서 이 블로그가 감사합니다. 
그러나 블로그의 순기능에 비해 역기능도 공존함을 모르지 않기에 앞으로 이 블로그의 방향도 새롭게 설정해야겠다는 필요성을 느낍니다. 
가디나장로교회의 웹사이트에 저의 글방을 게시판 형식으로 만들어 주로 가디나장로교회의 성도들과 공식적으로 소통하는 기능으로 전환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공인으로서 좀더 책임감 있는 글쓰기가 되어야 겠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새벽 4:30 부터 이런 저런 생각에 잠이 오질 않아 집 근처 스타벅스에 와 있습니다.

커피가 따뜻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