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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저지 프린스턴 (2008년 9월~2009년 6월)

Ship and Sheep

by 김성환 2009. 4. 2.


우려했던 그 날이 벌써 오고 말았다. 

이렇게 일찍 오리라고는 예상치 못했다. 

너무도 갑작스레 불현듯 찾아왔다. 


서영이와의 관계가 새로운 국면으로 들어서게 된 것이다. 

서영이에게 어젯밤 즉흥으로 지어낸 이야기를 해주고 있었다. 

'양'이 '배'를 타고 먼나라로 여행을 떠난다는 이야기인데 sheep 이 ship을 타고 먼나라로 떠났다고 하였더니 갑자기 서영이 하는 말, 

"아빠, 뭐라고? 다시 해 봐, ship and sheep..."  

...

"쉽 앤 쉽"

"아빠, '쉽 앤드 쉽'이 아니고, 'ship and sheep'"

"그래, 쉽 앤드 쉽"

"아이고, 쉽 앤드 쉽이 아니고 ship and sheep 이지." 

"그래, 맞잖아, 슆 앤 쉬~ㅍ"

"슆 앤 슆, 둘 다 똑같잖아."

"자, 따라해 봐, shi~p a~nd sh~ee~~p, can you get it?" 

"(괜히 승질 내며) 가시나 참, 맞잖아, sh~ip and sh~~~ip"

"아이고 참, 압빠, 잘 들어 봐, shi~p...    a~nd... sh~ee~~p, 해 봐." 

"(모기소리로) 쉬 ㅍ 앤 슈이 ㅍ..." 


"아빠, 그게 아니라니까... (옆에 팬다처럼 웃고 있던 서은이에게) 아이 참, 서은아, 네가 해봐."

(기다렸다는 듯 서은이 왈), "SHIP and SHEEP" (의기양양)

"거 봐, 서은이도 하잖아!" 

... :(


"아빠, 이거 해 봐, Elizabeth." 

(40일 금식한 모기 소리로) "...엘리자베스"

"No, 엘러쟈벧ㅆ"




이 날이 이렇게 빨리 올 줄이야, 그래도 한 3년은 남은 줄 알았는데...

어쩔거나, 내 노년.

아침에 일어나 아내에게도 해 보랬더니 아내의 발음이 그렇게 반가울 수 없다!

결국 자식이란...

 

아내 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