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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저지 프린스턴 (2008년 9월~2009년 6월)

대운하와 바리깡

by 김성환 2008. 11. 8.


머리를 깎았다. 

난생 처음 미국이발소에서 머리를 깎았다.

이발사는 카이저 콧수염에 구레나루를 기르고 팔에 문신을 한 남부 출신 백인이었다. 

할리 데이빗슨을 타고 출퇴근 할 것만 같은...


머리를 기를 참이었다. 

불경기에는 긴머리가 제격이다. 

머리를 자주 깎을 호주머니 여유가 없다. 


학생은 최대한 시간을 아껴야 한다는 지론에 의해 이발소에 자주 가지 않기 위해서는 머리를 기르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다. 


또한 겨울이 다가오고 있지 않은가? 

이럴 때는 털을 기르는 것이 자연에 순응하며 사는 법칙일 터이다. 


"Just trim a little overall, please.”



그러나 콧수염은 나의 부탁을 무시하고 바리깡으로 지맘대로 밀어버렸다.


'요쿠셔테리어'를 원했는데 '치와와'가 되고 말았다. 


앞머리마저 일자로 깎아놓았다. 말로만 듣던 바가지 머리, 6.25 사변 사진에서 보았던 바로 그 머리.


앞머리를 바리깡으로 깎는 이발사는 처음 봤다. 


거울을 마주보지 않고 벽을 등지고 앉게 할 때부터 심상치 않았다. 


세상이 '변화'를 외치고 있지만 자기는 올드 스타일을 고집한다나...


당신 멕케인 찍었냐고 물어보려다가 바리깡으로 머리 한가운데 대운하를 만들지 않을까 싶어 관뒀다. 


“How much is it?”


“Just 22 bucks......”


“......”


‘김선영도 20불인데......'


‘아, 내일 모레 성경공부 처음으로 인도해야 하는데......’ 




당분간 제 사진은 블로그에 뜨지 못하게 됨을 양해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