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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2007년 10월~2008년 8월)

자전거를 타고 달리다.

by 김성환 2008. 6. 30.

양재천을 따라 자전거를 타고 한강까지 달렸습니다.
서울은 조금만 관점을 달리하면 전혀 새로운 광경이 펼쳐지는 곳입니다.
자전거를 타고 달리면서 왠지 모를 서글픔, 아득함, 아쉬움이 바람처럼 내게 밀려옵니다.

돌아오는 길에 그 유명한 타워 팔레스에 갔습니다.
에쿠스와 체어맨 사이를 자전거를 타고...
한쪽 바지는 체인의 기름 묻지 말라고 일용이처럼 걷어부치고...
작은 나라 안에서 사람들의 사는 모습이 이렇게도 다를 수 있구나 싶습니다.
모두가 잘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풀한포기, 강물, 이곳의 바람, 사람들의 얼굴... 모두가 정겹고 아련합니다. 
프린스톤 신학교에 가는 것이 미국도축장에 끌려가는 한우 같은 심정입니다.

프린스톤 신학교는 재정이 든든한 PCUSA 교단에서 운영하는 신학교입니다.
그 시설로 말하자면 세계최고 수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너무도 여유롭고 아름다운 캠퍼스를 자랑하는 곳입니다.
그러나 그런 이유 때문에 선뜻 마음이 내키지가 않습니다.
경쟁이 싫고, 목회자가 자꾸만 편안하고 풍요로운 환경 속에 자신을 몰아넣는 것이 사치스럽게만 여겨집니다.

어서 목회하고 싶습니다. 아니, 어서 설교하고 싶습니다.
큰 교회는 피하겠습니다.
큰 교회의 목회가 명예를 안겨줄 지는 모르지만 그 안에서 나같은 사람은 결코 행복하지 못할 것을 압니다.  
이곳 한국에서 500명이 넘어가는 대형교회는 절대적으로 유기체(Organism)에서 조직체(Organization)가 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을 뼈저리게 보았습니다. 교회가 일단 조직체가 되면 교회의 인적자원을 비롯한 대부분의 에너지는 그 조직을 관리하는데 쓰이게 됩니다. 그리고 교인들은 섬겨야 할 대상이 아닌, 관리해야 할 대상이 되고 마는 것이겠지요.
교인 100명 정도 남짓하는 교회, 목회자가 없어 힘들어하는 교회에서 명절이면 시루떡 주고 받으며 알콩달콩 교인들과 함께 늙어가는 목회를 하고 싶습니다.
주변에 그런 교회가 있으면 쓸만한 젊은 목사 하나가 세월 모르고 허구헌날 놀고 있다고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서재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작은 공간일지라도 어서 빨리 내 책상이 있어서 그곳에서 마음껏 성경연구하고, 글쓰고, 묵상하고 싶습니다.

프린스톤에 가면 자전거를 살텝니다.
고유가 시대에 나는 오토바이를 사고 싶은데 아내가 과부된다고 난리네요.
며칠 동안 자전거에 엔진을 다는 법을 인터넷 뒤지며 연구를 해 보았는데 차라리 스쿠터를 사는 것이 낫겠습니다.
미국 갈 날이 다가오니 한국에서 뭘 사갈까 하다가 미국에 없는 것이 뭐 있나 싶었는데 오늘 발견했습니다.
자전거 헬멧입니다.
미국에서는 내 머리통에 맞는 헬멧을 구할 수가 없었습니다.
난 내 머리통이 커서라고 생각했는데 머리 모양 자체가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내 나라가 이래서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