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위의 영어공교육 프로젝트
한국은 요즘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내 놓은 영어공교육 프로젝트가 연일 이슈의 쟁점이 되고 있다. 2010년부터 전국의 초중고교에서 모든 영어수업을 영어로 진행한다는 것이 그 골자인데 문제는 그런 역량을 갖춘 영어전용교사들의 확충과 학생들의 호응이라고 할 수 있겠다.
미국에서 온 나로서는 이러한 현상이 신기할 따름이다.
왜 그렇게 영어가 중요한 것일까.
물론 세계 공용어라고 할 수 있는 영어를 말하고 쓸 수 있게 됨으로써 영어권 문화의 자산에 접속할 수 있는 혜택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국가정책적으로 이런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정부의 목적 이면에는 세계화되어가는(아니, 미국화 되어가는) 세계시장에서 경쟁력 있는 인재들을 발굴해 내자는 시장주의와 성공주의의 의도가 깔려 있는 것 같다.
한국에서 생존에 대한 다방면의 경쟁은 치열하고 사람들의 성공에 대한 집착은 무섭다. 다만 그 경쟁과 성공의 끝자락이 물질적, 경제적 풍요라는 데에 그 목적의 방향이 정체되어 있는 것 같다.
사람들은 길을 걷다가 앞에 사람들이 모여 무언가를 열심히 들여다보고 있으면 자신도 길을 멈추고 함께 들여다보게 되는 심리가 있다.
영어를 해야 한다니 모두들 영어에서 관심을 뗄 수가 없다.
영어를 하지 못하면 쓸모 있는 인간으로 도태되는 것 같은 분위기를 조성해가는 이 개발도상국의 경쟁주의가 무섭다.
인수위의 공교육 프로젝트가 과연 기러기 가족을 근본적으로 없앨 수 있을까 의문이 들기도 한다. (최근에는 펭귄아빠라는 신종어까지 등장했다. 기러기 아빠는 원하면 언제든 가족들을 보러 날아갈 수 있지만 펭귄 아빠들은 가족들을 보러 갈 경제적 여건이 안되 펭귄처럼 발만 동동 구른다는 것이다.)
제 2의 외국어를 할 수 있게 되는 것은 한 인간의 수양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생각한다. 언어는 곧 문화이고, 언어를 안다는 것은 내가 속한 문화가 인생현실의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일깨워 주기에 언어를 아는 만큼 한 사람의 지경이 넓어지게 된다는 의미에서 영어를 배워야 하는 것은 바람직하다.
유럽권에서 학교교육을 받은 사람들의 영어구사력은 대단하다. 그들이 어떻게 영어교육을 받는지 궁금하다.
한국의 영어교육도 유럽식 영어교육처럼 실질적이고 효율적인 영어교육이 되게 하는 것이 인수위 영어공교육 프로젝트의 의도가 되었으면 좋겠다. 다만 영어강조가 국어는 소홀해도 된다는 등식으로 이어져서는 안되겠다. 북한에서는 어색하나마 모든 외래어를 자국어로 표기하려는 시도가 좋게 보였는데 이곳에서는 뭐든지 영어로 표기해야 세련되게 느껴지는 것이 문화사대주의의 증상으로 보인다.
‘일반 커피’ 라고 하면 될 것을 ‘레귤라 커피’라고 표기한다.
카라멜 마키아또 프라푸치노 바닐라 라떼 오스트랄리안 블렉 엥구스 라아지 버거 브로컬리 따우전드 아일랜드 파마손 치즈 드래싱…
이 세상에는 영어 말고도 수백의 언어가 있다. 위클리프 성경 번역자의 통계에 의하면 지구상에는 1200여개가 넘는 언어가 존재한다고 한다. 영어를 배워야 한다는 것은 이해하지만 영어에 대한 병적인 집착은 우려된다.
천편일률적인 이 사회의 흐름의 물줄기를 가로막아 분산시키고 싶다.
영어 못해도 사람답게 사는데는 아무 지장 없다.
미국에 20-30년을 살면서도 영어 못해도 아무 불편함들 없이 살아가는데.
새로운 정부의 실적주의, 개발주의, 성공주의가 사람들을 더욱 외롭게 만들지 않을까 우려된다.
오늘은 한자 6급 단어들에 도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