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2007년 10월~2008년 8월)
"순례자의 기도"
김성환
2008. 7. 3. 00:25
눈물같은 빗물이 주루루룩 떨어져 내리는 어두운 날입니다.
기도하기에 좋은 날입니다.
한국에 와서 가장 가치있었던 일은 김기석 목사님을 만난 것입니다.
토랜스에서 누적되었던 교회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을 청파교회는 말끔히 씻어주었습니다.
오늘은 지난 7개월 동안 한번도 빠짐없이 출석했던 수요예배를 마지막으로 드리는 날이었습니다.
마침 한달에 한번 매달 첫주에 있는 기도회로 열리는 수요예배였습니다.
원래 기도회는 부목사님이 인도하시는데 오늘은 특히 담당 부목사님이 철인 3종 경기에 출전하시는 관계로 김기석 목사님이 직접 기도회를 인도하셨습니다.
찬양하며, 기도하며, 중간에 간간히 설교 비슷한 말씀도 하시는데 마음이 참으로 평화로워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찬양할 때의 곡 선정, 기도할 때의 단어 선정, 설교하실 때의 이야기 선정이 그 어느 것 하나 적절치 않은 것이 없는 듯 느껴졌습니다.
한국에 와서 초반에는 소위 유명하다는 여러 교회를 탐방하였습니다. 그러나 청파감리교회 만큼 내게 감동과 깨달음을 준 교회는 없습니다. 이제 이 귀한 교회에서의 수요예배가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무겁습니다.
기도회의 마지막 순서는 조이스 럽의 '순례자의 기도'를 함께 기도함으로 끝을 맺었습니다.
그 기도는 다음과 같습니다.
순례자의 기도
제 영혼의 보호자시여,
오늘 하루 길 가는 저를 인도하소서.
해를 당하지 않도록 지켜 주소서.
주님과, 주님의 땅과, 주님의 온 가족과
관계가 더욱 깊어지게 하소서.
제 안에 주님의 사랑이 강건하여져서
우리가 사는 세상 속에서 제가 주님의 평화의 임재가 되게 하소서.
아멘
이 기도문을 미국으로 다시 떠나는 나의 기도로 삼았습니다.
중학교 2학년 민감한 시기에 미국으로 이민가서 겪었던 외로움과 열등감, 아쉬움, 그리움 때문에 미국으로 돌아가는 것이 못내 내키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이제 새로운 관점으로 '다시 돌아감'을 보기로 하였습니다.
그것을 순례의 여정으로 보기로 말입니다.
한국에 와서 전철 안에서, 길을 걸으며, 끊임없이 되뇌었던 찬송가가 있습니다.
"내 영혼이 은총입어 중한 죄짐 벗고 보니, 슬픔 많은 이 세상도 그 어디나 하늘 나라..."
예수 그리스도께서 나와 함께 하시니 미국에 돌아가는 것도 하늘 나라의 또 다른 측면을 체험하는 순례의 여정이 될 것입니다.
내 코에서 마지막 호흡이 끊기는 그 날까지 나의 가는 길이 순탄하든지, 어렵든지 나의 영혼은 늘 평안할 것입니다.
"순례자의 기도"가 참 좋습니다.
"주님과, 주님의 땅과, 주님의 온 가족과 관계가 더욱 깊어지게 하소서."
나의 주님---예수 그리스도,
그리고 주님의 땅---한반도 만이 아닌, 미국도 또한 주님의 땅입니다.
주님의 온 가족---그들은 한국민들만이 아닌 세계의 모든 하나님의 피조인간들이어야 할 것입니다.
"제 안에 주님의 사랑이 강건하여져서..."
오, 주님, 제게 지금 필요한 것은 주님의 사랑입니다. 그 어떤 것도 아닌 주님의 사랑이 가장 필요합니다.
저로 하여금 주님의 사랑의 사람이 되게 하소서.
"우리가 사는 세상 속에서 제가 주님의 평화의 임재가 되게 하소서."
저로 하여금 제가 어느 곳에 가든지 그곳에 주님의 평화의 임재를 알리는 도구가 되게 하소서.
동부에서 공부할 수 있는 이 기회를 나는 혜택의 기회로 여기지 말고, 빚진 자의 마음으로 가려고 합니다.
하나님께서 나에게 많은 것을 투자하십니다.
그런 하나님께 빚진 자로서 좀더 신실하고, 치열하고, 맑은 삶을 제물로 드려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