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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0/064

견고한 뿌리 한 주간의 시애틀 가족 휴가를 마치고 오늘 저녁이면 L.A로 돌아갑니다. 여행을 떠나면 눈 하나를 더 붙여 돌아갑니다. 이전에 알지 못했던 현실을 보는 눈. 여행한 만큼 공작새의 깃털 눈처럼 삶은 더욱 풍성해지고 흔들렸던 일상의 결들이 재조율되는 것 같습니다. 돌아와서 보면 내 일상의 현장이 여행지인 것을.이 어마어마한 시애틀의 문화도 누군가, 또 다른 누군가에게 기반이 되어 주었기에 가능했을 겁니다. 누군가에게 딛고 일어설 기반이 되어 준다는 것, 멋진 일이지요. L.A는 광야 그 메마른 땅에 다시 돌아가야 합니다. 누군가에게 양분이 되고, 설 자리가 되어 주기 위해 더 깊이 뿌리 내려야겠어요. 2016. 10. 6.
여름 휴가 저는 지금 미국 서부의 최북단, Cape Flattery라고 하는 곳에 와 있어요. 저 멀리 바다 건너 캐나다가 보이는 곳이지요. 이 아름다운 곳에 마카(Makah) 아메리카 원주민들이 Reservation Area 안에 살고 있습니다. 땅끝으로 내 몰린 사람들, 갈릴리 같은 이곳에서 자신들의 Heritage를 이어가기 위해 마카족은 안간힘을 쓰며 살아갑니다. 마침 제가 온 날은 일년에 한번 있는 이들의 축제일이었습니다. 페스티벌과 공예품 판매, 카누 시합이 벌어지고 있었어요. 쌀쌀한 날씨임에도 웃통 벗고 노를 젓는 저들의 탄탄한 근육이 쾌청한 햇살에 건강한 구릿빛으로 빛났습니다. 이곳에서도 저는 나무를 생각합니다. 연어를 훈제하는데 오리나무(Alder)를 장작으로 쓰고 있는 걸 보고 놀랐습니다. 귀한 .. 2016. 10. 6.
컨퍼런스 테이블 만들기 어느 선교단체 사무실에 컨퍼런스 테이블을 만들어 드렸습니다. 네개의 작은 테이블인데 평상시에는 벽에 따로 붙여 놨다가 손님이 오시면 두개를 붙여 커피 테이블이 되고, 네개를 붙이면 컨퍼런스 테이블이 됩니다. 이 테이블을 53세의 어느 한국인 노숙자분과 함께 만들었습니다. (모자 쓰신 분, 본인께 양해 구하고 페북에 사진 올립니다.) 일자리가 절실하게 필요하셔서 일감 없냐고 제게 몇번 연락을 주셨습니다. “목공 일은 전에 해 보신 경험이 있으세요?” “아니요, 망치질도 한번 해 본 적이 없습니다.”“운전은 하실 수 있으세요?” “할 줄은 아는데 지금은 면허가 죽었습니다.”그 계산 없는 솔직함이 맘에 들었습니다.“오늘 같이 일해 볼까요. 배가 고프니 일단 저녁부터 먹어야지요. 여기 제 차 열쇠가 있는데 이 .. 2016. 10. 6.
흙으로 빚은 램프 나는 시냇가 한 켠에 쌓인 흙이었습니다. 누가 나를 만져서 나의 무의미한 모습에 형태를 만들어줄까요? 바쁜 걸음으로 어디론가 흘러가는 냇물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어느 날, 나는 도공의 손에 들리워지고, 묵정밭의 흙이 새 씨앗을 받기 위해 갈아 엎어지듯 반죽되어, 그 분의 물레 위에 부끄러운 모습으로 놓입니다. 서서히 돌아가는 물레 위에서 나도 돌아갑니다. 그 분의 손에 맡겨진 나는 서서히 하나의 형태가 되어갑니다. 가마 속에 넣어진 나는 불길에 휩싸입니다. 온몸에 스며들었던 눈물은 불길 속에서 증발되고 내 마음 속 모든 불순물은 소멸됩니다.뜨거운 주홍빛 불길이 나를 감싸고 춤 출때 나는 황홀하여 정신을 잃을 것만 같습니다. 불길은 나를 변화시켜 내 몸은 더 이상 부서지는 흙(Clay)이 아닌, 단단한 자기.. 2016. 10.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