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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수의 삶 (2016년 4월부터)

비녀 만들기 (Hair Stick)

by 김성환 2016. 10. 27.


목공일을 하다 보면 자투리 나무가 많이 나옵니다. 
그 귀한 나무를 버릴수가 없어 모아 두었다가 간단한 목공 소품을 만들곤 합니다. 

그 가운데 하나가 비녀입니다.

사은품 볼펜이나 2B 연필, 중국집 나무 젓가락을 비녀 대용으로 꽂고 다니는 

여성분들을 보면 마음 속으로부터 측은지심이 원폭 구름처럼 솟구쳐 올라 옵니다.

'차라리 노란 고무줄로 묶고 다니지...'


할머니는 일평생 비녀를 사용하셨습니다. 
옥으로 만든 비녀, 은으로 만든 비녀, 자개가 박힌 비녀... 

애지중지 비녀들을 기름칠하고 닦으시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합니다. 

그 비녀들마다 어떤 사연이 있었던 걸까요. 

시집오던 날, 증조 할머니로부터 선물 받으셨을까, 

모처럼 시집살이 벗어나 장날, 시장에서 소녀의 감성으로 화려한 옥비녀를 고르셨을까 

그 때는 어려서 물어보지 못했습니다. 

김장 담글 때 한 손으로 머리를 돌돌 말아 자유자재로 비녀를 꽂으시던 모습, 

안방 창호지 문 살며시 열린 틈으로 비녀를 푼 할머니의 

하얗고 긴 생머리를 보았을 때를 기억합니다.

'아, 할머니도 여자로구나.'


비녀를 보면 지금도 내 마음 설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