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2년, 아버지가 임종하실 때, 단어 하나를 유언처럼 남기셨어요.
“호 흡”
.
.
.
그 두 글자를 힘겹게 흔들리는 글씨로 쓰셨습니다.
그리고 곧 호흡을 거두셨지요.
다른 단어였더라면 그리 자주 기억나지 않았을지 모르죠.
그런데 이 단어는 초단위로 아픔을 알려주네요.
24년이 지난 지금도,
호흡하는 순간마다 떠 올려요.
심호흡하며 나의 폐를 한껏 부풀려 봅니다.
나는 폐 속에 들어온 공기가
어떻게 온 몸으로 파송되는 건지 그 작동원리를 알지 못합니다.
다만, 들 숨과 날 숨을 내 쉬며 호흡하는 매 순간,
삶이란 생과 사의 끌고 당김인 것을 잊을 수가 없어요.
평생 반복하는 이 호흡이 언젠가는 그치겠지요.
보이지 않는 공기가 내 속을 드나들 듯,
성령도 내 속을 출입합니다.
나의 폐부를 속속들이 들여다 보고 계신 그 분은
내 안에서 무엇을 응시하고 계실까요?
한 숨,
길게 내 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