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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수의 삶 (2016년 4월부터)

엘살바도르 셋째 날, 수요일

by 김성환 2016. 7. 5.


예수의 사람으로 산다는 것은 주어진 삶 속에서 자기 몫을 최선 다해 살아내는 것이겠지요.

나무 위에 주렁주렁 달린 망고를 말없이 바라 보고 있었는데 현지 교회에서 섬기는 청년이 제게 

스페니쉬로 몇마디 하는데 알아 들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더니 금새 나무에 올라 가장 높은 곳에 

달린 잘 익은 망고를 따다가 칼로 정성껏 잘라 먹어 보라고 접시에 담아 가져옵니다.

현지인의 집을 방문하니 손님이 왔다고 땀을 뻘뻘 흘리며 나무에 올라 코코넛을 따다가 

먹어 보라고 손 내밉니다.

이것이 그리스도인의 마음이요, 목회자의 마음 아닐까요? 
생명 나무에 올라 그 열매, 예수 따다 같이 먹자고 손 내미는 마음... 
그 마음은 창세기 3:6을 반전 시키는 손 내밈입니다.

"여자가 그 열매를 따서(Took) 먹고(Ate), 함께 있는 남편에게도 주니, 그도 그것을 먹었다." (창 3:6)

망고와 코코넛 내미는 그 청년의 손에서 마태복음 26:26을 봅니다.

"예수께서 빵을 들어서 축복하신 다음에, 떼어서 제자들에게 주시고 말씀하셨다.

"받아서(Take) 먹어라(Eat). 이것은 내 몸이다." (마 26:26)


창세기의 Took (따서), 그리고 Ate (먹고)... 두 동사의 결합이야말로 인류의 집단 무의식에 깊은 죄의식을 안겨 준 기억하고 싶지 않은 행위였는데 십자가 수난 전날 밤, 그 동일한 두 동사를 결합하여 우리 모두의 죄의식과 수치를 반전 시키시는 주님의 마음이 읽혀집니다.


아, 왜 예수님의 손과 발이 못 박혔는지 알듯합니다. 

사탄에게 가장 위협적인 것은 그 분의 손과 발이었던가 봅니다. 가는 곳마다 만지는 것마다 회복되고 

생명이 움돋으니 그 내미는 손 옴짝달싹 못하게 하고 싶었겠지요. 그 손 그만 좀 놀리라고.

두 손 못 박힌 그 분은 세상을 향해 우리를 내미십니다. 예수를 취하여 (Take) 먹으라고 (Eat) 내미는 

그 분의 손, 그 손이 바로 우리여야겠지요. 

진정 그렇게 산다면 우리의 심장이 얼얼하도록 대못이 관통하겠지요.

그러고 보니 에덴 동산에서의 첫번 째 유혹이 먹지 말아야 할 것을 먹은 먹거리의 유혹이요, 

두번 째 광야에서의 유혹도 돌들로 떡덩이가 되게 하라는 먹거리의 유혹이로군요. 겟세마네 동산에서의 시험이 먹어야 할 것을 먹어야만 하는 또 다른 먹거리 "이 잔을 내가 마셔야 합니까?" 의 시험인 것이 

우연의 일치는 아니겠지요.


악수할 때 손 내미는 이곳 노동자들의 손에는 바둑알 같은 굳은 살이 배겨 있는데 

그 손 맞잡은 내 손은 강아지 뱃가죽처럼 부드러워 부끄러웠습니다.

주여, 내가 감당해야 할 "몫"이 무엇입니까?

그 "몫"이 지금까지 "몫 ㅏ" 였다면 이제 "몫 ㅜ"로 살아보겠습니다. 

넓이(ㅏ)가 아닌 깊이(ㅜ)를 손으로 파며 사는 삶, 

못 박힌 그 분의 손이 되어 살 수 있도록 도와 주소서.

두 손 모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