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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다섯째 날 롬폭에서 출발합니다.

by 김성환 2013. 6. 7.
롬폭에서는 지금까지 어느 날 보다 잠을 편하게 푹 잤습니다. 마지막 이틀을 위한 만땅 재충전의 시간이었습니다. 다시 금문교로 돌아가래도 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금문교에 뭐 놔두고 온 거 없나 기억을 더듬어 봅니다.

빅서에서 힘들때는 왜 내가 출발지를 샌프란시스코로 정했을까 산타모니카로 할 걸... 하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왜 도착지를 레돈도 비치로 정했을까, 아르헨티나로 할 걸... 생각하고 있습니다. 망각이 치유라는 말이 맞는 것 같습니다.

오늘은 롬폭을 벗어나 산타바바라를 지나 벤투라까지 가게 됩니다. 산과, 바다, 도시를 모두 지나는 다이나믹한 여정이 되겠습니다. 85마일 정도 달리게 될 것 같고, 밴투라에 도착해서는 캠프그라운드가 많으니까 그곳에서 시간과 컨디션 봐서 캠프그라운드 정해야겠습니다.
에이즈 기금 마련 자전거 팀 2200명을 빨리 벗어나야겠습니다. 이 사람들 가는 곳 마다 참 시끄럽습니다.
롬폭에서부터 가비오타까지 15마일에 걸쳐 1000피트 되는 큰 산을 하나 넘어야 하는데 그것이 이번 여정의 마지막 오르막이 되겠습니다. 오르막과 친해지는 비결을 배워가고 있는 중입니다. 오르막을 오를 때는 호흡을 깊이 하고, 너무 멀리 바라보지 말고 짧게 짧게 단거리 목적지를 계속 설정하면서 달리는 겁니다. 이 때 마음을 다스리는 것이 중요한데 조금이라도 부정적인 생각을 하면 주저앉게 됩니다. '집에 가면 가족들 볼 수 있겠지, 갈비탕도 먹고, 이 많은 짐을 벗어버릴 수 있겠지, 뜨거운 물에 담글 수 있겠지, Peet's Coffee 마실 수 있겠지... 등등의 생각을 하면서 속으로 '아, 가볍다, 새털처럼 가볍구나... 이대로 하늘을 날아오르겠구나' 하면서 마인드 콘트롤을 합니다.

독일에서는 중학생이 되면 부모들이 자녀에게 배낭을 메던지, 자전거를 끌고 나가던지 10일 정도 혼자 여행을 하고 돌아오게 한다고 합니다. 많은 것을 배워 오겠지요. 저도 중학교 1학년 때 서울 신촌에서 남한산성까지 친구들과 자전거 타고 갔던 기억이 아름답게 남아 있습니다. 그런 어린 시절의 기억들이 성품을 만들고, 기질을 형성해 주는 것 같습니다. 우리 교회 아이들 모두의 영적 아버지로서 그런 멍석을 많이 깔아 갈 것입니다. 2세들이 자칫 인내심과 투지, 열정이 약하기 쉬운데 이번 자전거 여정이 북한 아이들을 돕기 위한 목적 뿐 아니라 이 블로그를 보는 젊은이들과 모든 이들에게 뭔가 작은 인스퍼레이션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현재 시간 7시 45분.
이제 숨을 고르고 또 출발하렵니다.

삼위 하나님의 임재 안에 거하는 것이 인생여정의 목적지임을 묵상하며...

iPhone 에서 작성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