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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엔젤레스 (2011년 1월-2016년 3월)

작업 공간

by 김성환 2013. 1. 10.

작은 공간이라도 나만의 창작 공간이 있었으면 좋겠다. 

누구로부터도 방해받지 않은채 마음껏 그림도 그리고, 작은 목공소품도 만들고, 도자기도 구울 수 있는 그런 곳.

결과물이 나오기까지 과정이 공개되지 않을 수 있는 곳.


나는 사람들의 작업공간에 관심이 많다.

특히 창조적인 일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공간.


창작물을 만들어내기 위한 목적을 향해 모든 것이 배치된 공간, 

관록과 연륜이 느껴지는 도구들.

그 자체로 목적이 아닌, 기능에 충실한  손때 묻은 오브제들...


화가의 붓과 팔레트, 

작가의 책상과 필기도구,

목수의 줄자와 망치,

도공의 물레는 눈물 겹도록 아름답고 경이롭다.



설교자도 그런 부류에 포함될 수 있기를...


설교자는 모든 것에 관심을 갖는다.

눈에 보이는 모든 현상은 보이지 않는 영적 진리의 가시화된 코드라고 보기 때문이다.

코드를 해독하기 위해서 설교자는 팔레트나 줄자가 아닌 눈빛을 예리하게 정비하고 심화시킨다. 

몸이 도구인 설교자는 온 세상을 작업 공간으로 삼는다.


넓은 바닷가 모래사장에 금속탐지기를 들고 뭔가는 찾는 이의 모습 속에서 설교자의 모습을 본다.


먼 훗날, 

나만의 작업공간이 생긴다면 지붕에는 에코 텃밭을 가꾸고, 가을 하늘을 닮은 푸른 색으로 벽을 페인트하고, 주홍 빛 담쟁이 덩굴을 심고, 해바라기와 대나무를 심으리라. 


장작을 때는 작은 화로 난로를 만들어 찾아오는 손님들에게 뜨거운 콜롬비아 커피를 내 놓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