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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엔젤레스 (2011년 1월-2016년 3월)

팔불출

by 김성환 2012. 12. 2.
뚜레쥬르에서 설교 준비 중이다.
많은 추억이 있는 이곳에 참 오랜만에 온다.

지난 한 주는 많은 것을 버리고 정리했다. 
20권의 책을 버렸고, 특히 컴퓨터 안에 있는 파일들을 정리했는데 모두 버리고 나니 42 GB 용량이 새로 생겼다. 
많은 사진들과 오래 전 했던 수백편의 설교들을 버렸다. 한번의 클릭으로 수백개의 이메일을 삭제하기도 하였다.
버리고 나니 이렇게 후련한걸. 왜 버리지 못했을까.

서영이에게 타이핑을 가르치고 있다.
서영이는 아빠가 가르쳐 주는 것에 흥미가 많다. 
무엇이든 의욕을 가지고 열심히 경청하고 배운다.
나는 서영이가 작가가 되었으면 좋겠다. Annie Dillard나 Ann Lamott과도 같은. 
그래서 서영이에게 많은 것을 보여주고 싶고, 많은 것을 경험하게 하고 싶다.
나는 서영이가 많은 외로운 사람들의 친구가 되어 주었으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 <십자가의 도>를 가르쳐야 하리라. 
빌립보서 2:1-11절의 말씀을 깊이 이해하는 사람이기를 바란다.
나는 서영이가 이중언어의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한국어를 가르치는 구체적인 방법이 무엇일까?
서영이는 번뜩이는 창조성을 지닌 속이 깊은 아이다.
목사의 딸이 되는 것이 억압과 속박이 아니라 자유함과 더 넓은 견문을 얻는 기회가 되기를.
매일 밤 자기 전에 아빠와 무언가 대화 나누고 싶어하는 서영이가 나는 참 좋다.
타이핑을 자유자재로 하게 되면 서영이에게 생각을 글로 정리하는 방법을 가르치리라.
은유법의 절묘한 힘과 과장법의 유머를 가르치고, 도치법의 반전을 가르쳐 주리라.
글쓰기가 얼마나 다른 사람들을 돕는 큰 힘이 될 수 있는지 서영이는 알아가게 되리라.
이제는 천천히 이 세상이 얼마나 위선과 모순으로 가득차 있는지 가르쳐 주리라.
서영이는 아빠를 닮아 치켜 뜬 사자의 눈과 찡그린 울상을 가졌다.
그런 얼굴을 가진 사람은 세상과 불화하다.
서영이에게 사진을 찍어 암실에서 필름과 인화지를 현상하여 흑백사진을 만드는 법과 그림그리기, 몸과 손을 움직여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즐거움과 생활 폐품들을 활용하여 쓸모있는 물건들을 만드는 기술, 등산의 즐거움과 디지털 세상에서 반걸음 뒤쳐져 걷는 기쁨과 이 세상에서 소외되고 외면된 모든 것들의 미학, 그리고 현실 이면을 보는 영안을 가르쳐 주리라.

나의 소중한 사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