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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 양육 (서영이 서은이)

서영이의 생일 선물

by 김성환 2011. 11. 23.
서영이의 생일은 12월 23일이다. 
올 해 서영이는 자신의 생일 선물로 카메라를 선물 받고 싶어했다.
생일은 아직 한달이 남았지만 선물을 일찍 앞당겨 주기로 하고 카메라를 구입하기 위해 BEST BUY에 갔다.
서영이는 니콘  Coolpix를 선택했다.
나는 서영이에게 애플의 iPod Touch를 구입하면 어떻겠는가고 설득하였다. 

여러 이유를 들었다. 
카메라로 할 수 있는 것은 모두 iPod Touch로도 할 수 있고, 그 외 추가 기능들이 무한정 있으니 내 생각에는 카메라보다 iPod Touch가 더 좋은 선택이 될 거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아울러 아직 4학년이지만 창조적인 서영이가 PC 보다는 애플 노선으로 디지털 세계에 입문하기를 바란 마음도 작용했을 것이다. 

그러나 서영이도 완고했고, 나도 완고했다. 
서영이는  iPod Touch의 그 많은 기능들이 자신에게 필요하지 않다고 주장하였다. 
나는 네가 아직 그 기능들의 편리함을 체험해 보지 못해 그런 거라고 설득하였다. 
'연말이나 개학할 때 애플의 iPod Touch를 선물 받는 것이 많은 학생들의 간절한 바램인데 서영이는 아직 그런 문화적 풍조에 둔감한 나이인 것일까...'
그러나 서영이의 생각은 한결 더 깊은 차원에 잇닿아 있었다.
자기 주변에 많은 친구들이 iPod Touch를 선호하고 있는데 자기는 그런 불가항력적인 흐름에 역주행해 보고 싶다는 것이다. 자신은 아직 종이 책의 책넘김이 좋고, 그 종이 냄새가 좋고, 모든 디지털적인 것에 대한 회의가 있다는 것이다.

(물론 서영이가 그런 단어를 선택한 것도 아니며 영어로 대화가 진행되었지만 그런 속내를 아빠는 직관적으로 알 수 있었다.)

나는 아날로그도 중요한 가치이지만 변화하는 시대에 살면서 디지털 현실에 부정적인 고정관념을 가질 필요는 없으며 두가지 도구를 모두 자유자재로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설득했다.

단일 기능의 전자기기가 사용자의 사고를 가두고, 제한하는데 비해 직관적인 애플의 제품들이 사용자의 창조력을 훨씬 겸손하게 반영하는 도구로서의 기능에 충실하다고까지 설득해 보았지만 서영이는 끝내 BEST BUY에서 눈물을 보이고 말았다.

그 눈물을 보는 순간 서영이가 장녀로서, 목사의 딸로서 그간  많은 것을 속으로 삭이면서 살아왔구나 생각하니 마음이 짠하였다. 
나이에 비해 항상 조숙하게 생각하고, 행동할 것을 은연 중에 강요받았던 것은 아니었을까? 
싫어도 싫은 내색 못하고, 자기가 하고 싶은 그 나이 또래의 행동과 말 보다는 부모가 원하는 행동이 무엇일까를 먼저 생각하며 서영이가 살아왔구나 싶다. 

카메라를 사서 서영이에게 건네 주었을 때 서영이는 모든 방어체제를 걷고 활짝 웃었다.

내 사랑스런 딸, 

아빠랑 조만간 사진 찍으러 가자. 

내가 아는 모든 인생의 가치와 바위 같은 믿음을 소유하는데서 오는 마음 든든함과, 아름다움에 대한 인식을 이 아이에게 전수하리라.





옆에 서은이 왈, "아빠 아이폰 나 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