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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에 대하여

by 김성환 2010. 6. 6.
어느 분이 좋은 시 한편을 이메일로 보내주셨다.  

고난은 잘 숙성시키면 훈장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모든 고난에는 의미가 있다.
상처 없는 사람이 어디 있으랴? 
그러나 그 상처를 잘 보듬어 안으면 흉한 상처도 아름다운 꽃처럼 보인다는 시인의 발상이 고맙다. 


상처에 대하여               

복효근


오래전 입은 누이의

화상은 아무래도 꽃을 닮아간다

젊은날 내내 속 썩여 살더니

누이의 눈매에선

꽃향기가 난다

요즈음 보니

모든 상처는 꽃을

꽃의 빛깔을 닮았다

하다못해  상처라면

아이들의 여드름마져도

초여름 고마리 꽃을 닮았다

오래 피가 멎지 않던

상처일수록 꽃향기가 핀다

오래 전 누이의 화상을 보니 알겠다

향기가 배어나는 사람의 가슴 속엔

커다란 상처 하나 있다는 것

잘 익은 상처에선

꽃향기가 난다


시집<어느 대나무의 고백>  2006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