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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롱아일랜드 (2009년 7월~2010년 12월)

잃어버린 토요일 저녁

by 김성환 2010. 5. 9.

25살이던 96년부터 목회자가 되어 지금까지 거의 14년을 토요일 저녁을 모르고 산다.
설교준비 때문에.
 
토요일 저녁... 얼마나 많은 재미난 일들이 벌어지고 있을까?
일주일 가운데 내게 가장 외롭고 피곤한 이 토요일 저녁 시간은 일평생 지속될까?

대신 주일 오후의 느긋함은 목회자만 누릴 수 있는 특권일 것이다.
사람들이 한주를 준비하는 그 시간이 내겐 한주를 돌아보는 시간이 된다.

제발 토요일은 날씨가 좋지 않았으면 하는 심통을 14년째 못버리고 산다.
내가 좋아하는 날은 뭉게 구름끼고 서늘한 바람이 부는 날이다. 
오늘이 딱 그런 날.

유리창 밖으로 바람에 흩날리는 나뭇가지와 하늘에 떠가는 뭉게구름을 보며 난, 내일 성경공부 시간에 가르칠 주기도문 번역과 씨름하고 있다.

설교준비나 성경공부 준비는 참 외로운 작업이다.
분산되는 마음을 추스리는 것이 힘들다.
그만 하자. 마음을 못 잡아 자꾸 쓸데없이 자판을 두드리고 있다.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