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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공, 미술, 도예, 타일

흙으로 빚은 램프 이야기

by 김성환 2010. 4. 7.

(도자기 램프 2002년 서영이 돌잔치 기념으로 12개 제작)

흙으로 빚은 램프 이야기                                    



나는 보잘 것 없는 흙일 뿐입니다. 

시냇가 한쪽 켠에 오랫동안 살았습니다. 


매순간 밀려 오는 냇물은 나를 밀어내고 달아나듯 흘러갑니다. 

그리고 다시 돌아오지 않습니다. 

물은 어디로 가는지 바쁘게도 흘러갑니다. 


그러나 나는 아무 곳에도 갈 수가 없습니다. 

나는 세월만큼 한자리에 쌓여 눈물로 질퍽입니다. 


누가 나를 만져줄까? 

누가 나의 무의미한 모습에 형태를 만들어줄까? 


어느날, 

도공이 찾아와 나를 퍼내어 나는 그의 물레 위에 부끄러이 놓입니다,

벌거벗은 맨몸으로.


돌아가는 물레 위에서 나도 돌아갑니다. 

지난 날의 쓰라림과 아쉬움이 한데 반죽되어 나는 혼돈의 상태가 됩니다. 


나의 삶이 눈에 보이는 모양으로 빚어진다면 어떤 모습일까요?

도공의 손 안에서 나는 서서히 하나의 형태가 되어갑니다. 


하늘을 향해 입을 내밀어 외치듯

하늘을 향해 두 손을 모으듯

간절한 모습이 선명하여집니다. 


온몸으로 흘린 눈물이 마르고 

나는 가마 속에 넣어져 불길에 휩싸오릅니다. 

내 마음 속의 모든 불순물이 녹아내리길 바랍니다. 

붉은 불길이 나를 감싸고 춤출 때 나는 황홀하여 정신을 잃을 것만 같습니다. 

단단한 결정체가 되어 나온 나에게 기름이 부어지고 중심에 심지가 꽂아집니다. 


나는 더 이상 이리저리 흘러다니지 아니합니다. 

내가 놓여진 자리에서 가만히 하늘을 향해 작은 입을 엽니다. 

나의 기도는 팔랑이며 춤추는 빛의 혀가 되어 어둠 속에서 소리 없이 노래합니다. 


나는 흙으로 빚어진 작은 램프입니다.



등장인물 (등장 순서대로)


: 인간

시냇물: 세상의 길, 고난 1 

한쪽 켠: 주변인

눈물: 고난 5

만져줌: 하나님의 임재체험

형태: 삶의 목적, 하나님의 영광

도공: 하나님

물레: 하나님의 손

맨몸: 연약함

쓰라림: 고난 3

아쉬움: 고난 4

혼돈: 치유

하늘: 하나님(12)

가마: 고난 2

불순물:

녹아내림: 회개와 죄사함

불길: 성령

불길의 춤: 성령의 역사

결정체: 새생명, 거듭남

기름: 소명

심지: 믿음

놓여진 자리: 삶의 현장

작은 입: 살아있는 이유

팔랑이는 춤: 찬양

: 기도, 혹은 가마 속 불길을 닮아가는 성화, 

어둠: 세상, 내면

노래: 삶의 환희



상영시간 안내광고: 

[흙으로 빚은 램프 이야기]는 창조이래 막을 올려 매일 24시간 상영합니다.

스스로 직접 흙이 되어보실 만큼 이 이야기에 애정을 갖고 온 몸을 바치신 감독님께서 무대 밖으로 나오는 날, 대단원의 막을 내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