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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수의 삶 (2016년 4월부터)

자화상

by 김성환 2016. 4. 5.

자화상
광야에서
“세례 요한”
1996년 11월 13일

신학교에서 첫 수업을 들었던 그 해, 나는 세례 요한에게 매료되었다.
“나는 광야에서 외치는 자의 소리로다.” (요 1:23)

“광야,” 그 단어가 그 때 나를 사로잡았다. 
그 두 글자에 붙들려 20대 중반의 난 늘 배낭을 메고 높은 산과 너른 들로 몇날 며칠을 쏘다니곤 했다.



20년의 목회를 마친 어제 밤, 20년 전의 자화상을 수정했다. 
입은 굳게 다물고, 더 이상 흔들리는 의심이 아닌, 결연함과 초연함의 눈빛으로. 가질 수 없는 것에 대한 갈급함 아닌, 이미 주신 것을 지키며 살겠다는 견고함을 목탄끝으로 표현하고 싶었다.

“바람이 불어오는 곳 그 곳으로 가네/ 설레임과 두려움으로 불안한 행복이지만/ 힘겨운 날들도 있지만 새로운 꿈들을 위해/ 바람이 불어 오는 곳 그 곳으로 가네” (김광석, <바람이 불어오는 곳>)

그래, 광야는 내게 “바람이 불어오는 곳”이었다. 
성령(파뉴마)의 바람이 자유롭게 불어오는 곳, 깊은 숨을 마음껏 심호흡할 수 있는 곳.

그곳으로 가려한다.

20년이 지난 지금, 광야를 찾아 높은 산 너른 들에 가지 않아도 내 일상의 자리가 광야임을 안다. 이곳에서 거창할 것 없는 일상의 삶을 견고하게 살아가는 생활인이 되고자 한다. 


작은 작업실을 얻었다.
이곳에서 전업 목수로 살 것이다. 
이곳에서 도자기 굽고 그림도 그리고 흑백사진도 현상하고 용접도 하고 재봉질도 하고 발명도 하고 재활용공예도 하고, 글도 쓰고 눈빛 선한 사람들과 커피도 마시면서 그렇게 <하나님의 나라>를 도모하는 독립군처럼 살련다.



(궁금해서 연락 주신 분들께 한분한분 답장드리지 못해 죄송해요. 앞으로 준비되어가는 과정 알리겠습니다. 공방에 놀러들 오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