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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엔젤레스 (2011년 1월-2016년 3월)

비가 온다.

by 김성환 2014. 12. 13.

비가 오고 있다.

시원하게도 내린다. 

세상은 온통 잿빛으로 따뜻하다. 

Peet's Coffee에 아침부터 와서 하루 독서량을 채우고 있다. 

비가 오니 커피 맛이 더욱 진하다.

살아 있는 느낌

나에게 주어진 선물 같은 생명

전봇대의 엉크러진 전기줄도 설치 미술로 보이고, 

창문 밖에 커피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는 네명의 백인들은 내 앞에 펼쳐진 명화 같다.

내 입에 들어오는 이 커피는 언제 어디서 빨갛게 익어갔을까? 

최선을 다하지 못하는 것에 미안해 하지도 말고, 

완벽을 추구하느라 마음을 빼앗기지도 말자. 


수천수만의 물방울이 정확히 자기 자리에 떨어지듯 

그렇게 하늘에서 땅으로 여행하는 빗물처럼 

오늘 하루도 하늘-땅 순례자로 걷자.


멀리 있는 친구들이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