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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엔젤레스 (2011년 1월-2016년 3월)

더딘 걸음걸이

by 김성환 2013. 6. 30.


뭐라도 써야겠는데 왜 이리 물먹은 솜처럼 몸과 마음이 무거운지 모르겠다. 

<족저근막염> 이라는 것에 걸렸다. 걷거나 오래 서 있기가 힘들다. 발을 디딜 때마다 발 뒤꿈치가 아프다. 오른쪽 발바닥을 땅에 딛기가 고통스러워 왼쪽 다리에 체중을 싣다보니 자연스레 허리도 아파온다. 운동화를 신고 있으면 좀 낫다. 요며칠 교회 여름성경학교가 있었는데 많은 일을 도와주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가디나장로교회 와서 처음 몸을 사렸다. 사실 3개월 전부터 나타난 증상인데 병원가는 것이 부담스러워 미루고 있었다. 인터넷 보니까 제대로 치료하려면 6개월은 걸린다는데 그 동안 오른쪽 발바닥의 염증이 치유될 수 있도록 충분히 쉬어 줘야 한단다. 이런 어처구니 없는... 왼쪽 손목에 이어 오른쪽 발바닥까지. 

원인이 무엇일까? 목공일하면서 굽이 다 닳은 싸구려 신발을 신고 오래 서서 일한 것이 원인이라고 자가진단하고 있다.


눈도 침침하고, 왼쪽 손목은 여전히 시큰거리고, 소화불량에, 머리끝이 화끈거리고, 몸은 피곤하다. 이 몸으로 어찌 샌프란시스코에서 로스엔젤레스까지 자전거를 타고 왔나 싶다. 자전거를 탈 때는 발바닥의 아치가 땅에서 떨어져 발바닥은 아프지 않다.


해야 할 일들의 리스트를 적어보니 백가지가 넘는다. 하루에 서너가지를 겨우 해결하고 있다. 해야 할 일보다 안 할 수 없는 일들을 하느라 시간을 쏟게 되는 까닭이다.   

자꾸만 약속 시간에 늦고, 마감일을 넘기기가 일쑤다.


'난 도대체 무얼 하고 있는 건가...' 하는 질문에 사로잡히면 마음이 무거워진다.

설교를 잘 하려는 욕심도, 많은 사람을 만족시켜 좋은 평판을 얻으려는 욕심도 버리도록 하자. 

적은 수의 사람들과 작은 깨달음을 나누며 살 수 있다면 그것으로 족하기로 하자. 




브람스의 음악이 자극적이지 않아서 귀가 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