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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공, 미술, 도예, 타일

바이올린 제작기 2

by 김성환 2010. 3. 26.

김훈의 "밥벌이의 지겨움"이라는 수필집에 다음과 같은 글이 있다. 


"나는 몸을 써서 하는 일에 익숙지 못하다. 나는 공부를 잘하지 못한 일을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책을 많이 읽지 못한 일을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자본론>의 각주를 이해하지 못하는 일을 부끄럽게 여기지 않는다. 그러나 망치를 들고 못을 박을 때, 못이 휘는 일을 부끄럽게 여긴다. 톱으로 나무를 자를 때, 톱 지나간 자리가 가지런하지 못하게 되는 일이 나는 창피하다. 삽으로 땅을 파서 김장독을 묻을 때, 삽날이 땅 속에 깊이 박히지 못하는 일을 나는 수치스럽게 여긴다.”


연장(Tool)에 대한 동경... 설교로 세상을 변혁시키는 일은 오랜 인내가 필요한 것 같다. 대신 손연장으로 세상의 재료를 가지고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행위는 결과물이 즉각적이고, 정직하다. 연장을 들고 있을 때, 나는 ‘몸’ 임을 느낀다. 망치로 못을 내리칠 때, 나의 온 몸의 근육과 시신경, 호흡이 못대가리에 집중되는 몰두 현상이 난 즐겁다.  


바이올린 제작은 난관에 봉착했다. 내가 가진 도구들은 바이올린 제작에 적합하지 않고 여러가지 정교한 전문장비가 필요하다는 것인데 값이 만만치 않다는 것. 

구조를 파악하기 위해 분해한 바이올린은 서영이 서은이에게 맡겼더니 어찌나 신나하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