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목공, 미술, 도예, 타일

바이올린 제작기 1

by 김성환 2010. 3. 10.

바이올린을 만들어 보련다. 
지난 몇 주간 연구하고 준비하고 있다. 
목공의 궁극은 현악기 제작에 있는 것 같다. 
나무 입장에서도 책상이나 도마 혹은 땔감이 된 나무보다 아름다운 가락이 나오는 악기로 거듭난다면 그것은 부활에 견줄만한 사건이 아닐까? 

나는 바이올린을 연주할 줄 모른다. 
그러나 활로 긁는 현악기의 소리에 항상 마음을 빼앗기곤 한다. 

아주 어렸을 때 우리 집 기와지붕에 주렁주렁 열린 박으로 기타를 만들어 본 기억이 있다. 
그리고 한국에 갔을 때, 예술의 전당 앞에 바이올린 공방들이 골목 구석 구석에 작은 간판을 걸어놓고 있었다.
아마도 그들은 이태리 크레모나 바이올린 제작 학교에 유학하고 고국에 돌아와 작은 바이올린 공방을 운영하는 이들인 듯 했다. 
그 중 몇 군데 불쑥 들어가 공방 구경도 하고, 바이올린 제작하는 것을 한참 지켜보고, 아직 만들어지지 않은 바이올린들이 천정에 메달려 있는 모습이 마치 공연을 앞둔 발레단의 대기실을 엿보는 듯 황홀하기까지 하였다. 
오래 전 레드 바이올린 (Red Violin)이라는 영화를 보고 나서 바이올린에 대한 신비감이 자리잡은 듯 하다.  
아이패드가 곧 출시된다고 하니 아마도 나는 아이패드를 구입하게 되겠지만 세상이 온통 디지털화되어 가는 것이 조심스럽다. 
아날로그, 핸드메이드, 느림의 미학... 이런 것들의 소중한 가치가 잊혀지는 것 같아 많이 아쉽다. 
그래서 난 바이올린을 만들어보려는 것이다. 

어쿠스틱 기타도 만들어보고 싶지만 기타는 부피도 크고 작업 공정이 많이 상업화되어 있다. 
그에 비해 바이올린은 디자인이나 제작 과정이 17세기 스트라디바리우스 이래 거의 변한 것이 없을 정도로 정형화되어 있고 그 과정 또한 옛 전통방법을 고수하고 있다. 

하나의 바이올린이 만들어지는 공정은 매우 까다롭고 고도의 목공 기술, 조각, 페인트, 등의 기술이 요구된다. 아름다운 소리를 감지해 내는 귀도 있어야 할 것이다. 

웹사이트에 올리는 것이 조심스러운 이유는 김성환 목사는 교회일은 안하고 쓸데없는 일만 하고 있다는 소리를 듣는 것인데 나라고 하는 사람을 알지 못하는 사람은 그렇게 말할 수 밖에 없겠다. 이것이 나의 목회관인걸... 나의 내면에 창작에 대한 욕구가 끓어오르는데 지금까지 나의 신앙의 도약은 이런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과 창작 과정을 통해 표현되고 이루어져 왔음을 이해해 줄 만큼 끼 있는 사람들이 주변에 몇명이라도 있었으면 좋겠다. 틀에 박힌 그리스도인이 되는 것은 참으로 지루하고 답답한 일이 아닌가?  
이것이 나라는 목사가 복음과 씨름하고 표현하는 방법일진대... 나에게 바이올린 제작과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이해하는 일은 무관하지 않다. 왜냐하면 바이올린의 제작과정은 하나의 그리스도인이 만들어져 가는 과정과 흡사하기 때문이다. 
교회 일이 모두 끝나고 저녁 식사를 마치고 조금씩 만들어보련다. 한달을 계획하고 있다. 
계획하는 총 제작비는 $100 미만... 
아, 나라는 목사는 일평생 소위 대형교회를 맡기엔 글른 듯하다. 작은 교회 (50-100명)의 담임목사가 되어 주일예배 후 점심식사를 하는 교우들 앞에서 직접 만든 바이올린으로 떠벌리며 연주하는 목회자가 되고 싶다. 

먼저 앞판으로 쓸 Spruce 와 뒷판으로 쓸 Maple 나무를 구하는 일부터 만만하지 않다. 
그리고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공구들을 점검하고, 나의 공구들로 할 수 있는 작업이 무엇인지부터 파악하는 일을 시작해야 하리라. 맨하탄 48가에 가면 세계적인 악기상들이 즐비하단다. 그곳에도 들러보고 싶다. 
바이올린 모양대로 틀을 짜야하는데 내겐 몰드제작에 쓸 바이올린이 없다. 칫수가 적힌 도면만으로 바이올린 제작이 가능할까? 
모르는 것 투성이다. 
내가 가진 공구들은 책상이나 책꽂이를 만드는데는 적합할지 모르지만 바이올린처럼 정교하고 가냘픈 나무들을 다루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것들이다. 

어제 아내와 가까운 숲에 등산 갔다. 
나무들을 보며 이태리 크레모나 숲에서 일생의 걸작을 만들기 위해 도끼를 들고 숲을 뒤지던 어느 Luthier (현악기제작자)의 모습이 떠 올랐다.  

공생애가 시작되기 전, 목수셨던 예수님은 무엇을 만드셨을까? 
그 분의 작품 솜씨는 어느 정도였을까? 
흐르는 땀을 닦으며 톱을 켜는 목수 예수의 모습을 상상해 본다. 
바이올린이 완성된다면 우리 교회에 출석하는 뉴욕 필하모닉 바이올린 연주자에게 감히 Amazing Grace를 연주해 달라고 부탁해 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