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깊은 영향을 주신 여러 목사님들 가운데 한분이 요즘 들어 자주 기억에 떠오른다.
그 분의 성함은 김춘식 목사님.
10학년 때부터 12학년까지 그 분이 시무하시는 참빛교회에 다녔다.
그 교회는 토랜스 하이스쿨 바로 앞에 있는 미국연합감리교회 건물을 빌려 예배드리는 한인개척교회였다.
교인들은 모두 합해 10명, 많이 모일 때는 20명이 모이곤 했다. (장기려 박사님의 따님이 그 교회에 출석하셨다.)
87년부터 90년까지 고등학교 때 그 교회를 다니며 주일학교(5명)를 인도했었다.
고등학생은 오직 나 하나.
3년 동안 김춘식 목사님이 인도하시는 수요성경공부 모임에 참석했다.
어른들을 위한 수요성경공부반이었지만 매주 저녁 수요일에 많이 모이면 3명-5명이 모였다.
그 가운데 절반 이상의 시간은 아무도 참석하지 않아 목사님과 나, 단 둘이서 성경공부를 하곤 했다.
학교(South High School)에서 야구팀과 레슬링팀에 있었던 난, 매주 수요일 집에 오면 녹초가 되어 들어오곤 했다.
그런데 목사님은 매주 수요일 저녁 어김 없이 우리 집에 오셔서 차 없는 나를 픽업하셔서 교회에 가서 다른 사람들이 오건 오지 않건 정확히 7:30분이 되면 성경공부를 시작하셨다.
나는 목사님이 그 시간에 민망해 하지 않으시도록 몸은 피곤했지만 단어 하나도 놓치지 않고 열심히 노트에 성경공부 내용을 받아적으며 경청했다.
정확히 8:30분이 되면 마치셨고, 끝나곤 집까지 나를 데려다 주셨다.
지금도 가지고 있는 그때 성경공부 노트의 내용을 다시 읽어 보면 당시 환갑이셨던 목사님이 어린 고등학생이었던 나 하나를 위해 얼마나 열심히 준비하셨는지 감동하지 않을 수 없다.
88년도 크리스마스 때, 교인들 10명 정도가 모인 주일 예배 때 그 분을 통해 세례를 받았다.
아무런 사심 없이, 한 영혼을 위해 말씀을 신실하게 준비하셨던 그 분을 생각하면서 나도 그런 목사가 되겠다고 다짐한다.
하늘에서 그 분이 받을 상은 어느 유명한 대형교회 목사님의 상 못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그 분이 그립다.
서늘한 바람이 창틈으로 불어들어오던 20년 전 그때, 그 수 많은 수요일 저녁들이 그립다.